정치의 발견 - 정치에서 가능성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치학 강의
박상훈 지음 / 폴리테이아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솔직히 말해서 나는 정치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마르크스의 책을 누군가와 같이 읽은 것도 아니요, 이념서나 철학서를 읽은 것도 아니다. 우연히 대학 4학년 때부터 어떤 주간지를 꾸준히 보기 시작했고 정치와 관련된 책을 조금 읽었을 뿐이다. 그렇다고 역사나 세계사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지도 않다(이렇게 써 놓고 보니 정말 내가 알고 있는 게 없다는 사실이 확연히 드러나는군). 그러나 관심은 많다. 내가 뭔가를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냥 관심이 많은 것뿐이다.

 3년 전에는 매일 속으로 화를 내고 살았던 듯하다. 세상이 내가 생각한대로 움직일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틈만 나면 당시 상황을 성토하기 바빴다. 모든 것을 보수 탓으로 돌리면서 말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은 단지 화풀이 대상을 미리 정해놓았을 뿐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즉 실망한 진짜 원인은 다른 데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아예 포기했다는 편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진보든 좌파든 지금처럼 하다가는 집권은 커녕 국민의 관심을 받는 것조차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읽게 된 책이다. 그동안 진보측 사람들의 말이며 행동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이 책을 읽으니 조금 감이 잡힌다. 그들은 자신들이 활동했던 운동권적 기질이 아직도 남아있지 않나 싶다. 그래서 일반 국민을 계몽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자신들이 앞에서 끌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니 그와 반대의 양상으로 나타난 촛불집회를 보고 화들짝 놀랐던 것이고. 하지만 지금은 이미 그때처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헌데도 여전히 그네들의 고정관념틀 안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으니 일반 대중과의 괴리는 좁혀지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진보적인 정치가는 권력에 관심이 없어야 한다는, 아니 적어도 권력을 위해서 정치를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나도 은연중에 하고 있었나 보다. 그렇기에 '정치가라는 직업은 권력감을 제공한다.'라는 글귀에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곰곰 생각해 보니 정치를 한다는 것은 어차피 권력을 잡기 위해서 하는 것인데 권력에 초월해야 한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생각 아닌가. 그렇다면 권력을 잘 사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지 그것과 거리를 두라는 얘기는 아니잖은가.

 '유머와 웃음이 없는 정치는 위험하다.'는 말이 왜 그리 공감되던지. 지난 정권 때는 대통령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서 좌중이 웃는 장면을 종종 목격했으나 현 정권에서는 그런 장면을 본 기억이 없다. 언제나 진지하게 지시하고 설명하는 장면만 기억난다. 물론 진보도 마찬가지다. 원래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길 진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잘못만 성토하고 흥분을 잘한단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나 불평불만만 일삼는 사람처럼 보인단다. 그러면서 막상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문제점이 현재도 동일하게 반복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실망하고 등을 돌리지는 못하더라도(대안이 없으므로) 적어도 지지하지는 않는 것일 게다.

 정치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5회로 진행된 강연을 묶은 책인데 꼭 정치를 하고자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앞으로 더 나은 나라를 만들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도 흥미있는 책이다. 정치의 속성부터(어쩌면 내가 가장 오해를 많이 한 게 이 부분이 아닐까 싶다.) 현재의 문제점과 대안까지 골고루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진보적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의 책을 읽으면 상대편의 잘못을 부각시키며 자신을 정당화하는데 반해 이 책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상대편이 잘못한다는 전제는 똑같지만 적어도 이쪽의 잘못이 무엇인지도 정확히 알고 있다. 그래서 상대의 잘못만 이야기하는 책은 읽는 도중에는 비록 속이 후련할지 몰라도 읽고 나서 얼굴이 일그러지고 마음이 불편한데 비해 이 책은 읽으면서도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 느낌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정치' 이야기에는 으레 정치가가 주였는데 이 책은 정치가가 아니라 순수한 '정치'를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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