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바의 눈물 마음이 자라는 나무 25
세사르 마요르키 지음, 김미화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방학에 한 달 동안 시골이나 친척 집에 가 있다면 어떨까. 그러고 보니 내가 어렸을 때 방학만 되면 외사촌 오빠와 언니(특히 오빠가 많이 왔다.)가 와서 몇 주일간 놀다 가곤 했다(우리가 시골이었으니 내가 다른 곳으로 간 기억은 없다). 그 기억은 아직도 유년을 생각할 때 큰 부분을 차지한다. 물론 언니와 오빠는 지금도 그때 이야기를 종종 한다. 또한 아직도 시골에 자주 오고 여전히 친하다.

 열다섯의 하비에르는 내키지 않는 시골 이모집으로 여행을 떠난다. 한 달씩이나 친척 집에 머무르면 좋을 텐데 하비에르는 전혀 좋지 않다. 그동안 사촌들과 왕래도 별로 없었거니와 사촌들이 모두 여자이기 때문이란다. 아빠가 병에 걸려 아이들에게 전염될지 몰라 내린 결정이니 타협할 여지가 없다. 형은 큰아버지집으로 가서 하비에르가 무척 부러워하지만 결과적으로 보자면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아니, 전화위복이라는 말보다 더 큰 기회를 잡았다고나 할까.

 컴퓨터나 게임기는 원래 없었던 시절이지만 흑백텔레비전 정도는 있던 시기였다. 그러나 하비에르가 가게 된 이모집에는 그마저도 없다. 달 착륙하는 장면을 보기 위해 이모부가 특별히 텔레비전을 볼 수 있게 만들어준 것만 해도 다행일 정도다. 가만 있자, 인류가 최초로 달 착륙하는 날이라면 1969년인데 시대적 배경이 1969년인 셈이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189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기도 한다.

 두 가문의 과거에 얽힌 이야기가 전설이 되다시피해서 지금까지 영향을 줘서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상시키는 줄거리와 하비에르와 바이올렛이 유령을 보고 그 정체를 밝히며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이야기가 절묘하게 맞물려간다. 과거의 어떤 사건에 대한 문제를 풀기 위해 주변 인물을 탐색해가는 중에 만나는 이야기는 일종의 전설이다. 즉 전설과 탐정소설의 묘한 만남이라고나 할까. 그러면서도 유령이 어디 있느냐는 식으로 끝내지 않고 그것은 그대로 인정해준다. 결국 바이올렛과 하비에르는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으니 사랑 이야기도 들어있다. 하비에르의 말처럼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에 불과할 테지만 여기서는 일단 사랑이 시작되었다는 암시만 주고 끝난다.

 시바의 눈물이라고 불리는 목걸이를 찾는 과정과 유령의 정체를 밝히는 과정이 긴장감을 주면서 하비에르가 차츰 성장해 가는 모습도 보여준다. 다만, 문화적인 차이가 있는데다 시대적인 차이까지 있어서 뒷표지의 후기처럼 그 정도로 감동받지는 않았다. 그러나 전설과 판타지, 추리소설의 요소까지 골고루 느낄 수 있는 책이다. 거기다 사랑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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