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페인 유골 분실 사건 - 상식의 탄생과 수난사
폴 콜린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시대를 앞서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언제나 당시는 푸대접을 받다가 훗날 대접을 받는가 보다. 페인은 <상식>을 지은 1776년에 이미 민주주의와 복지국가를 제시했으니 얼마나 진보적이었던가 말이다. 그러나 그는 당시에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아니, 그는 평가를 받기 위해 그런 일을 한 것이 아닐 테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죽은 후 묻히는 것조차 거부당했을 때 얼마나 낙심했을까. 하지만 자신의 주장을 끝까지 굽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그런 문제에 초월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다. 고통을 끝내고 싶어 죽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하니 꼭 지켜야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다른 하나를 희생시켰을 뿐이다. "어떤 그릇된 것이 그릇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 습관이 오래 굳어지면 겉보기에 옳은 것처럼 보이게 된다."는 <상식>의 첫 번째 문장을 '실천'했을 뿐이다.

 토머스 페인이라는 인물에 대해 이름은 들어봤을지 모르나 그것조차 가물거릴 정도로 나와 멀었던 인물이다. 그런데, 이젠 아니다. 내가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삶, 올바른 삶이라고 생각하는 삶을 살았던 인물이라는 사실을 이제 알았으니까. 이 책에서는 저자가 페인의 유골을 찾기 위해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와 관련된 것들을 이야기해 주는 방식이라 페인에 대해 자세히 알기는 힘들다. 오히려 페인과 관련된 수많은 역사속 인물들을 만나는 재미가 쏠쏠했다. 위험해서 출판하지 않으려는 책들만 골라서 출판하려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급진적이었던 칼라일, 처음엔 무조건 페인을 비난했다가 자신이 비주류의 처지에 있고 보니 페인의 생각이 자신의 생각과 일치했음을 깨닫고 페인의 유골을 가져와 기념비를 세우기 위해 애쓰던 코빗, 남부의 부유한 상류층에서 태어나 편하게 살 수도 있었을 테지만 운명적으로 북부로 가서 노예폐지 운동에 가담한 콘웨이, 콘웨이를 그런 길로 이끈 에머슨과 소로 등 많은 인물이 나온다. 소로나 에머슨, 브론슨 올컷처럼 아는 사람도 있고 칼라일이나 콘웨이처럼 몰랐던 인물도 있다. 그러나 하나 같이 모두 만남이 매력적인 인물들이었다. 특히 콘웨이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때는 페인에 대한 책을 읽는다는것도 잊어버릴 정도로 콘웨이에 푹 빠져 있었다.

 "단순한 몸짓, 무심코 던진 한마디, 마감일에 쫓겨 허둥지둥 쓴 글. 이런 것들이 삶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돌려놓을 수도 있고 그 말을 한 당사자는 전혀 모를 수도 있다. 어쩌면 그 몸짖, 그 말 한마디가 아니었더라도 마찬가지였을지 모른다. 감동받은 사람이 사실은 자기를 다른 방향으로 보내 줄 무언가를 목 빼고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144쪽)

  바로 콘웨이가 에머슨을 만나게 된 순간을 묘사한 글이다. 에머슨이 쓴 글을 보고 콘웨이가 지금까지 믿고 있던 신념에 의심을 품으면서 가족을 버리고 에머슨에게 찾아갔다. 과연 에머슨은 진심으로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일까. 위의 글에 따르면 아닐지도 모른다. 에머슨이 평소 갖고 있던 생각이라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쏟아낸 말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콘웨이는 그러한 생각으로 인해 운명이 바뀌었다. 실제로 살면서 이런 순간을 마주치기도 한다. 당시는 잘 모르지만 시간이 한참 흐른 후 돌이켜 보면 이것이 운명이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지 않던가. 콘웨이가 바로 그랬다. 그건 운명이었던 것.

 페인의 유골을 찾는 것이 그토록 중요한 일인지는 모르겠다. 유골을 경매에 부친다는 얘기도 생소하고 보관하고 있다가 다른 사람에게 넘긴다는 것도 낯설다. 그러나 이 책은 페인의 유골이 어디에 있고 꼭 찾아야 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기 보다 그것을 구실로 그의 삶을 재구성해 보고자 한 것이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이야기하고 있어서 흡사 영화를 보는 듯했다. 어쨌거나 토머스 페인이라는 인물과 그 주변 인물, 그리고 당시 미국과 영국 사회의 모습도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시간되면 페인에 대한 책과 그가 쓴 <상식>과 <인권>에 대한 책도 읽어봐야겠다. 미국의 독립에 큰 공헌을 했지만 너무 진보적이어서 사람들로부터 버림받은 페인, 그나마 지금은 그를 높게 평가해주는 사람이 있으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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