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린 10명의 용기 있는 과학자들
레슬리 덴디.멜 보링 지음, C. B. 모단 그림, 최창숙 옮김 / 다른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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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내 동생과는 나이 차이가 꽤 난다. 그래서 같이 어울린 기억이 별로 없다. 어렸을 때는 한 두 살도 차이가 큰 법인데 거의 두 자리 수에 가까운 수치가 차이나다 보니 서로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 달랐던 탓이다. 그래서 동생이 생물학을 전공하고 싶다고 할 때 과학에 관심이 있는지 몰랐다. 물론 남자들은 웬만하면 다 과학에 관심이 있다지만 그렇게 확고한지 몰랐다. 그 후에 엄마에게 듣거나 동생에게 직접 들은 에피소드들을 보면 걔는 과학에 발을 들여놓기 전부터 기니피그를 자처했던 셈이다. 설탕을 끓여서 제 무릎에 부으며 얼마나 뜨거운지 알아보려 했다니 말이다. 한번은 집 앞 냇가에서 나무에 오르다 피가 나자 얼른 집으로 뛰어와 그 피를 가지고-상처를 치료한 것이 아니라-조카와 현미경(마침 현미경을 장만한 지 얼마되지 않은 때였다.)으로 관찰을 했단다. 그 조카가 바로 우리 둘째다. 둘째가 삼촌에게 영향을 받아서인지, 아니면 그야말로 남자애들은 한 번씩 찔러보는 게 과학자이기 때문인지 과학자가 꿈이다. 

 과학자들이 새로운 발견을 하기 위해 위험천만한 실험을 무릅쓴 것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자신의 몸에 직접 실험을 한다는 이야기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처럼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했다. 특히 직접 모기에 물려 황열병에 걸려 죽은 러지어나 스스로 페루사마귀병에 걸려 죽은 카리온의 이야기는 너무 안타까웠다. 최소한 위험에 대비해 어떤 대비책이라도 만들어 놓고 실험을 했다면 좋았을 것을. 하긴 문제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믿지 않아서 직접 실험을 한 것이니 스스로를 희생시킬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한 사람들로 인해 과학이 발전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중요하고 고마워해야 할 것은 바로 사람들이 안전하게 의과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마취를 하지 않고 치과 치료를 하거나 이를 뽑는다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니 말이다. 수술은 또 어떻고. 수술을 하느니 차라리 아프고 말겠다. 그런데도 처음에 의사들은 마취제를 발견한 웰스를 비웃기까지 했으니 과학(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은 알고 나면 너무나 당연하지만 그것을 알기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조롱까지 견뎌야 하는가 보다. 수술 전에 손 씻는 것만으로도 의료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이야기한 의사도 동료 의사들로부터 심한 조롱과 비웃음을 들었다고 하니 이와 비슷한 사례는 많을 것이다.

 자신의 몸에 실험했던 과학자 10명을 골라 자료 조사를 해서 씌어진 책이라고 한다. 사실 퀴리 부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생소한 이름들이었다. 그래서 자료를 찾는데 꽤 나 애를 먹었다고 한다. 실제로 인간 기니피그를 자처한 과학자나 의학자가 훨씬 많이 있지만 그 중 10명만 추린 것이란다. 주로 의학에 관련된 실험이 나오는데 그런 것들은 직접 연관이 있으니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는데 로켓썰매 실험을 한 존 폴 스탭이나 동굴 속에서 고립 실험을 한 폴리니의 경우는 생경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러한 실험은 우주실험에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주과학 분야는 아직도 실험을 해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아있다는 얘기다. 확실히 스탭이나 폴리니의 경우는 직접 자신을 실험도구로 사용했지만 대신 안전장치는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아무래도 현재와 가까운 시간이기에 과학이 발전해서 좀 더 체계적이고 공식적으로 실험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여하튼 잘 몰랐던, 너무 당연하게 여겨졌던 사실을 밝히기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들의 시간대에 푹 빠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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