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를 쳐 줄게 사계절 성장 그림책
앤더 글.그림, 신혜은 옮김 / 사계절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초심을 잃지 않는다는 말은 매력적이고 심지어 위대해 보인다. 무엇을 시작할 때는 마치 끝까지 할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흐지부지 되는 일이 어디 한 두 번이던가. 캐시도 워낙 피아노 장난감을 좋아해서 진짜 피아노를 사 줬을 때는 마치 언제까지나 피아노를 좋아할 것 같았지만 나중에는 물건을 올려놓는 용도로 바뀌지 않았느냐 말이다. 이런 경우는 비단 이야기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이든 아이든 생활에서 얼마든지 사례를 찾아낼 수 있다. 그만큼 보편적인 일이라는 얘기다. 

 여자 아이들이 대개 그렇듯 큰아이는 어렸을 때 피아노를 배우고 싶어했다. 그래서 학원에 보내면서 피아노를 사줬다. 남편은 굳이 피아노를 살 것까지 있느냐며 부정적이었지만 어차피 둘째도 있으니 큰맘 먹고 샀다. 물론 처음엔 애지중지 소중하게 다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난이도가 어려워질수록 피아노 치는 것을 싫어했다. 피아노 뚜껑은 줄곧 닫혀 있었고 먼지만 쌓여가다가 어느 순간부터 다시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캐시처럼 대단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뭔가 있긴 했나 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캐시는 외적인 요인으로 극복했다면 딸은 내적인 요인이 아니었을까 추측할 뿐이다. 

 캐시가 피아노 연주회에서 끝까지 마치지 못한 것이 좌절의 원인이 되었다. 거기에는 부모의 지나친 기대감도 한몫 했을 것이다. 아이가 스스로 판단하고 즐길 수 있도록 시간을 줬어야 하지만 캐시 엄마와 선생님은 약간 성급했다. 그러나 때로는 그런 기대감이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 걸 보면 무조건 이래야 한다는 결론은 성급해 보인다. 다만 아이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말이 그나마 맞지 않을까 싶다. 

 어느 것을 좋아했다가 좌절을 겪고 또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이 직접적이지 않으면서 잔잔하게 펼쳐진다. 그냥 캐시가 겪는 일이거니 하고 읽다가 어느 순간 퍼뜩 깨닫는다. 아, 캐시가 이렇게 성장하는구나하고 말이다. 그래서 성장그림책이라고 하는가 보다. 게다가 우리네 아이들 모습(겉모습이 아닌)과 비슷하므로 아이들은 캐시에게 자신을 대입하며 읽을 것이다. 그러면서 비슷한 때를 기억하며 위로를 받겠지. 또, 그러면서 성장하는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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