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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하라 고양이 - 가끔은 즐겁고, 언제나 아픈, 끝없는 고행 속에서도 ㅣ 안녕 고양이 시리즈 2
이용한 글.사진 / 북폴리오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어렸을 때, 시골에선 다 그렇듯이 강아지와 고양이를 키웠다. 내 기억으로 고양이를 여러 번 키웠던 것 같은데 유독 사람을 잘 따르던 어느 고양이는 주로 방에서 함께 지냈다. 고양이에 대한 무서운 이야기가 많아서 사람들이 썩 좋아하지 않는데 우리는 그 고양이 덕분에 그런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 후로 고양이가 새끼를 몇 배 낳았는데 언제부턴가 밖으로 나돌더니 아예 사라졌다. 들고양이가 된 것이다. 흔히 말하듯이 고양이는 예민한 동물이다. 강아지는 혼을 내도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주인을 따르지만 고양이는 그렇지 않다. 적어도 우리가 키웠던 고양이는 그랬다. 그래서 저한테 조금만 서운하게 대하거나 관심을 갖지 않으면 집을 나가곤 했다.
한동안 고양이를 키우지 않다가 몇 년 전 사촌 오빠가 키우던 고양이를 데려다 시골에 놨다. 러시안블루로 족보 있는 고양이지만 시골에서 키우다 보니 예쁘게 치장해주지 않아 거의 들고양이처럼 산다. 그렇다고 남의 집을 기웃거리는 건 아니지만 마실을 간다는 이야기로 보아 아주 아니라고는 못하겠다. 이 책의 달타냥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마당고양이지만 그렇다고 집에만 갇혀 사는 건 아니요, 마실도 가고 엄마따라 마을회관에도 간단다.
부모님만 계실 때는 집안에 거의 들어오지 않는데 우리만 가면 아이들이 예뻐하는 걸 알고 들어와서 나가질 않는다. 그렇다고 우리에게 애교를 떨지 않는다. 책에서 고양이들이 발라당을 한다는데 난 이 고양이가 발라당하는 모습을 본 적이 전혀 없다. 대신 이 고양이가 낳은 새끼는 발라당을 한단다. 물론 이 고양이 남편은 족보 없는 시골의 마당고양이다.
사료를 넉넉히 주고 개밥도 빼앗아 먹고, 때로는 마실가서 얻어먹기도 하나 본데 이렇듯 먹는 걸 밝힌다. 과자건 아이스크림이건 못 먹는 게 없다. 안 주면 입에 들어가는 것도 채갈 정도로 아주 뻔뻔하다. 어디 그 뿐인가. 주방에 못 들어가게 한다거나 먹을 걸 들고 안 주면 아주 짜증난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야옹거린다. 고양이가 신경질을 낸다는 걸 요즘에야 알았다.
어미 고양이가 낳은 새끼 고양이가 이만큼 컸다. 확실히 위의 고양이보다 자태는 멋지지 않지만 애교는 많다. 우리가 부르면 꼭 대답을 한다. 어미 고양이는 자기가 필요할 때 야옹거릴 뿐 절대 대답하지 않는다. 얘 이름이 여름이인데 첫 배로 네 마리를 낳아서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이름을 붙여줬는데 두 마리는 입양가고 두 마리만 남았다. 헌데 한 마리는 어찌나 겁이 많은지 사람에게 절대 가까이 오지 않는다. 집에서 정성을 기울여 키우는 고양이도 이럴진대 들고양이는 오죽할까. 게다가 저마다 아픔을 갖고 있을 테고 먹이도 제대로 먹지 못하니 마음의 상처가 클 것이다. 심지어 사람이 때리거나 약을 놓아서 죽게 만드니.
위쪽의 작은 고양이가 낳은 지 얼만 안된 새끼 고양이인데 오빠들(오빠인지 언니인지 형인지 도통 모르겠지만 어쨌든)이 항상 데리고 다녔다. '다닌다'처럼 현재형으로 말하면 좋으련만 이제는 과거형으로밖에 쓸 수가 없다. 새끼 여섯 마리를 산짐승이 그랬는지 수컷 고양이가 그랬는지 모두 죽였기 때문이다. 처음에 몇 마리는 산짐승이 잡아갔는데 나중에는 다른 집 수컷 고양이가 그랬단다. 꼬봉이(러시안블루)도 산짐승과 싸우다가 귀를 다쳐서 아직까지 상처가 남아있는 상태다. 좀 큰 녀석들은 그래도 살아남았다. 꼬봉이가 처음 새끼를 낳았을 때는 어찌나 애지중지 하던지 눈꼴시려 못 볼 정도였는데 두 번째에는 완전 나몰라라였다. 그래서 형 누나들이 데리고 다니며 교육을 다 시켰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와도 이처럼 할 말이 많은데 주변에 있는 들고양이 모두와 지낸 저자는 얼마나 할 이야기가 많았을까. 아마 모르긴 해도 여기에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내가 사는 곳 주변에도 들고양이가 꽤 있다. 걔네들을 볼 때마다 밥을 어떻게 먹을까 걱정되지만 그곳을 벗어나면 까맣게 잊곤 한다. 길고양이들도 부디 행복했으면 좋겠다. 아니 적어도 제 명대로만이라도 살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은 벌써부터 고양이가 보고 싶다고 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