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께 죽음을 이야기하자 1218 보물창고 3
게어트루트 엔눌라트 지음,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며칠 전 꿈에 어느 선배가 나타났다. 가끔 이야기 나누거나 어쩌다 술자리에서 만날 정도일 뿐 그다지 친하지 않았던 선배라 무척 의외였다. 왜 갑자기 그 선배가 꿈에 나타났을까. 평소에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고 그 선배를 생각할 어떤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아, 그 선배는 사고를 당해 저세상으로 갔지. 졸업 후에 일어난 일이라 나중에서야 그 소식을 들었지만 그래도 내 뇌리엔 크게 자리를 잡았었나 보다. 그리고 이 책의 뒷부분을 읽다 알았다. 내가 왜 그 꿈을 꿨는지. 아마 죽음에 대한 책을 읽으며 무의식중에 그 선배가 생각난 듯하다. 그것도 책에서 꿈에 죽은 사람이 나타나는 이야기를 읽을 때 비로소 알았다. 

 사실 사람이 살면서 정말 경험하고 싶지 않은 것이지만 누구나 경험할 수밖에 없는 게 죽음이다. 하물며 애지중지 키우던 식물이 죽어도 속상한데 함께 이야기 나누고 사랑하던 사람이 죽는다면? 솔직히 그런 생각을 하고 싶지도 않아 회피하곤 한다. 강아지를 키운 지 5년이 넘어가고 있는데 처음 강아지를 데려왔을 때 둘째가 걱정한 게 바로 그거였다. 나중에 이 강아지가 죽을 때 어떡하냐고. 나도 그 때가 걱정되긴 하지만 아이에게는 그건 시간이 많이 흐른 뒤의 일이니 그때가서 걱정하자고 안심시켰다. 만약 강아지가 죽고 난 후 그와 비슷한 강아지를 다시 데려와야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이 책의 저자는 그게 꼭 잘하는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대개의 아이들은 정들었던 강아지가 죽었는데 금방 다른 강아지에게 정을 줄 수가 없을 뿐더러 죄책감까지 가지기 때문이란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애도기간을 충분히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에 공감한다. 

 아이들에게 가급적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죽음. 그래서 우리도 장례식장에 갈 때 가급적 아이들을 데려가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아이들 고모부가 돌아가셨을 때조차 남편과 나만 갔다 왔다. 당시는 아이들을 위해서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다만 고모부와 아주 친밀한 관계는 아니었기에 그나마 괜찮을 것이라는 위안을 할 뿐이다. 

 이 책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나온 책이라지만 어찌 보면 어른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책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때로는 아이를 대상으로 이야기하다가 어느 순간에는 어른을 대상으로 이야기한다. 그래서 살짝 헷갈리긴 했지만 이처럼 내 자신과도 마주하기 힘들었던 이야기, 그래서 회피하기만 했던 이야기를 읽고 약간의 용기를 가졌다. 물론 읽으면서 내게도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야기에서는 '만약 내게'라는 가정을 자꾸 할까봐 건너뛰기도 했다. 아직도 나는 죽음을 터부로 받아들이고 있는 게 확실하다. 그래도 아주 조금은 나아졌다고 확신한다. 참, 아이가 죽음에 대해 지나치게 자세히 물어볼 때는 모든 것을 이야기해줄 필요가 없다는 글귀가 소중한 정보였다. 책에서 줄곧 솔직하게 이야기하라고 하기에 그에 관한 것도 당연히 사실을 솔직하게 이야기해 주라고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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