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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라간 소년 ㅣ 문원아이 저학년문고 17
리비 하톤 지음, 황애경 옮김, 그레고리 로저스 그림 / 도서출판 문원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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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이가 어렸을 때,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꽤 오래전 로버트 브라우닝이 글을 쓰고 케이트 그린어웨이가 그림을 그린 책으로 피리 부는 사나이를 만났다. 당시는 그냥 하나의 그림책으로만 만났는데 나중에야 알았다. 이 이야기가 서양에서는 실화에 바탕을 둔 유명한 옛이야기라는 것을. 즉 하멜른에서 어린이들의 실종사건이 일어났고 그 사건의 전모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즐겨하는지도 모르겠다. 또 어떤 이는 전설을 따라가며 수수께끼를 풀고자 하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보아 아직도 이 이야기는 사람들의 흥미를 끌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러기에 이 책처럼 그 후의 이야기도 나오는 것일 게다.
만약 그곳 하멜른의 동네에 한 명의 아이가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라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이 이야기는 그렇다는 것을 가정하고 그 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게다가 남은 아이는 몸도 약하고 한쪽 발도 절어서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데다가 공부도 잘 못해서 아이들로부터 놀림을 받는다. 남으려고 남은 게 아니라 다른 아이들처럼 빨리 걷지 못해 뒤쳐졌을 뿐이다. 아이들은 모두 천국과 같은 곳으로 들어가버리고 홀로 남은 소년은 자신이 친구들을 구할 유일한 사람임을 깨닫는다.
피리 부는 사나이가 나타나서 소년에게 피리 부는 법을 가르칠 때 가만히 살펴보면 소년의 옷이 점차 피리 부는 사나이와 같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처음엔 제대로 소리가 나지 않아 핀잔 들을 때는 원래의 소년 옷이었다면 조금씩 소리가 좋아질 때마다 점차 피리 부는 사나이의 옷과 비슷해진다. 이제 제법 피리를 잘 불게 된 소년은 친구들을 구할 수 있을까.
마을에 아이가 혼자라는 건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도 있다. 그런데 결정적인 순간에 소년은 나쁜 것만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친구들을 구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간의 소년의 고통을 생각하면 소년의 합리화를 비난할 수만은 없다. 아마 이게 보통 사람들의 마음 아닐런지. 비록 친구들을 구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소년을 비난할 수 있을까. 물론 도의적으로 보자면 친구들을 구했어야 했다. 그렇기에 소년도 후회를 하며 피리를 새로 만드는 일에 남은 인생을 걸었는지도 모르겠다.
용서도 때가 있다는 원래의 메시지보다 어째 소년의 상처에 더 마음이 쓰이는지. 그런데 피리 부는 사나이는 아이들을 데려가 놓고 왜 남은 아이에게 피리를 가르쳐주며 아이들을 구하라고 했을까. 약간 모순된 행동 아닐런지. 그에 대한 적절한 해명이나 설명도 없고. 소년 한 명만 놓고 보면 이야기가 잘 전달되는데 주변 인물까지 함께 보려니 약간의 의구심이 든다. 그래도 여하튼 피리 부는 사나이의 후속편, 재미있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