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설홍주, 어둠 속 목소리를 찾아라 미래의 고전 23
정은숙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등학교 다닐 때 추리소설을 엄청 좋아했더랬다. 딸이 그 나이였을 때도 추리소설을 한 번 보더니 그 후로 한동안 셜록 홈즈를 예찬하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그 이야기가 쏙 들어갔다. 나는 중학교 때까지 계속 코난 도일의 책을 찾아 읽었는데 딸은 그래도 거기서 쉽게 빠져 나온 셈이다.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이름이 어떻게 해서 나왔는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게다가 앞에 명탐정이라는 말까지 있으니 설홍주가 어떻게 만들어진 이름인지 알 수 있다. 역시 홍주는 탐정답게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는다. 홍주 또래 아이들은 원래 탐정 놀이하는 걸 좋아하지만 이토록 전문적으로 활동하기는 쉽지 않고 이러한 사건이 실제로 일어나기는 더더욱 쉽지 않은데 이야기가 되려고 그랬는지 마침 홍주네 동네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마침 홍주 아빠가 경찰이라는 조건까지 딱 맞아떨어졌으니 조건은 완벽하게 갖추어진 셈이다. 물론 현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아이들이 결코 개입하지 말아야 하고 그럴 수도 없지만 이건 이야기니까 그 모든 것이 가능하다.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은, 아니 아주 나쁜 친구의 꾐에 빠져 이상한 의식을 치르다가 우연히 마주친 사건. 그러고 보니 홍주가 모종삽을 빌리러 할아버지네로 간 것부터가 우연이었다. 텔레비전 소리를 듣고 할아버지는 절대 그런 프로를 보지 않을 것이라는 추리를 멋지게 해낸 홍주의 추리력이 뛰어나다. 그 후로도 이곳저곳에서 홍주는 대단한 추리력을 발휘한다. 게다가 공부만 잘하고 성격은 못됐다고 여겼던 완식의 형이 결정적인 도움을 주기도 한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읽은 동안 무척 재미있다. 처음엔 놓쳤던 단서들이 나중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던가 전혀 의외의 곳에서 범인이 나타나고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극적으로 구출되는 등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이런 게 바로 추리소설의 묘미다. 그런데 어린이들이 살인사건을 목격하고 그것을 풀어간다는 설정이 아직은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아마도 셜록 홈즈가 나왔던 이야기는 나와는 전혀 다른 곳에서 전혀 다른 사람들이 겪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냥 재미로만 읽었던 것일 게다. 이처럼 어린이들이 직접 개입하는 경우라면, 글쎄, 내가 자꾸 부모의 입장에서 읽어서인지 아이들이 혹시나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을까 걱정된다. 그러나 어린이에게도 탐정 소설이 필요할 것이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그냥 순수하게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