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뇌에 관한 과학적인 보고서 - 인간은 왜 지금의 인간인가
에두아르도 푼셋 지음, 유혜경 옮김 / 새터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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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짧은 순간에 그야말로 수만 가지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당시는 미처 알아채지 못하지만 그 순간이 지나고 나서 가만히 돌이켜 보면 어떻게 한순간에 그토록 다양한 생각을 했을까 의아할 정도의 경험, 누구나 겪어보지 않았을까. 이처럼 뇌는 신기하고 경이롭다. 아니, 인간의 매커니즘이 그렇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헛점이 많은 것 또한 인간의 매커니즘이라는 생각도 든다. 거기에 더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다는 사실도 이런 이중적인 생각을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밝혀진 것이 얼마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알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한다.  

 굳이 다윈이라는 과학자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인간도 진화되었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어떻게, 어느만큼 진화되었을까. 전공자가 아닌 다음에야 그것을 일일이 따라갈 필요는 없을 테고 우리는 흥미있고 큰 부분만 따라가면 될 것이다. 어차피 자세히 알려준다고 해서 그걸 다 이해하지도 못할 테고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더욱 더 당연할 테니까. 

 지구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이제는 어린이들도 마음만 먹으면 알 수 있다. 지구의 나이에서 보자면 아주 보잘 것 없는 시간이지만 인간의 시간으로 보자면 긴 세월 동안 인간은 그것을 모르고 지냈다. 지구의 역사를 일 년으로 축약해본다면 인간의 탄생은 마지막에 걸칠 것이라는 얘기는 인류의 역사가 그만큼 짧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인류가 진화의 관점에서 보잘 것 없다고 치부할 수는 없다. 그러기에 사람들이 거기에 매달려 진실을 밝혀내고자 애쓰는 것일 게다.  

 우리는 산소가 없으면 살 수 없다. 물론 산소 뿐만 아니라 꼭 필요한 물질은 많지만 숨을 쉬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산소인데 역설적이게도 생명의 발전에 필요한 분자들에게는 산소가 해로운 물질이란다. 산소를 피해 도망가거나 산소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곳으로 숨는 유기체가 있다니 산소는 생명을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물질이라는 생각은 전적으로 내 기준이었나 보다. 그러니까 외부의 생명체가 있는지 알아볼 때 산소는 그다지 중요한 항목은 아니라고 생각해도 되는 것 아닐까(확신하지 못하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간혹 번역한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 지식이 짧은 탓도 있겠지만 수식어의 부정확한 위치로 의미가 모호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우리가 발견한 것은 자발적인 모든 행동은 기본적으로 무의식적이라는 사실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의식적인 모든 행동은 무의식적으로 우리의 뇌가 정교하게 계획한 것이다." (128쪽) 

 자발적으로 행동한 것조차 사실은 뇌가 무의식적으로 행동한 것이고, 오히려 의식적인 행동을 뇌가 계획한 것이라니 이 얼마나 역설적인지. 그러나 내가 처음에 이야기했듯이 어느 한 순간에 뇌는 여러 가지를 동시에 처리하기도 하니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이다. 발을 뗄까 말까 하는 그 짧은 순간마저 머릿속으로는 수십 가지 가능성과 미래 상황까지 따지고 있으니 말이다. 정말이지 우리의 뇌는 알면 알수록 신기하고 궁금한 게 늘어난다. 

 30년 이상 인지 신경학 분야에서 연구한 로모 박사에게 더 이상의 호기심 내지는 연구 의욕이 남아 있을까라는 의문에 대한 그의 답(앞서 뇌가 우리는 속인다는 이야기를 나눴던 것처럼, 뇌는 또 우리가 뇌를 이해하는 과정에 있다는 환상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함정일 뿐이다. 매우 아름다운 함정이다. 뇌는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환상을 가지고 계속해서 노력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기에는 가야할 길이 너무 많이 남아 있다.-331쪽)은 뇌의 교묘하고 탁월한 능력에 혀를 내두르게 한다. 이처럼 수십 년간 한 우물을 판 연구자조차 모르는 것이 있다고 '착각'하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오죽할까. 그러기에 오늘도 이처럼 이런 책을 읽으며 이해하려고 애쓰는가 보다. 구체적인 사례나 객관적인 자료를 들어 뇌를 이야기하는 줄 알았는데 그보다는 뇌를 기준으로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이야기해서 조금 혼란스럽기도 했다. 주로 사랑과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뒷부분도 하나의 주제로 수렴하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모르겠는 부분도 있었다. 역시 내 수준에서는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일까. 그래도 내 수준에서 얻은 몇 가지 소득은 있었으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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