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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지금은 조금 흔들려도 괜찮아 - 대한민국 희망수업 1교시 ㅣ 작은숲 작은학교
신현수 외 15인 지음 / 작은숲 / 2010년 12월
평점 :
자원봉사라는 명목으로 중학생들을 만난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교사가 싫기 때문에 자신도 절대 교사가 되지 않겠다(딸도 여기에 속한다.)는 친구와 지금의 선생님들 교수법이 맘에 안 들기 때문에 자신이 바꾸고 싶어 교사가 되겠다는 친구로 나뉜다. 둘 다 충분히 이해된다. 이유야 다르지만 나는 전자에 속했다. 부모님은 교사가 되길 은근히 바라셨지만 내 성격상(조금 익숙해지면 안주하고 마는, 그리고 권위적인 것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지라) 그 길은 아닌 듯해 일찌감치 접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교직이수를 했으나 역시나 이수를 했을 뿐이다.
청소년들이 교사를 좋아하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궁금하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불만이니 말이다. 그런데 희안한 것은 그렇게 욕을 하면서도 선생님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 하나, 아무리 철부지 같은 청소년들이라도 선생님들을 판단하는 눈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속없고 생각없는 것 같아도 나름대로 생각하는 걸 보면 오히려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러한 청소년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어떤 마음을 갖고 있을까. 이 책을 통해 일부라도 엿볼 수 있었다. 다만 여기 선생님들은 워낙 학생들을 이해해주고 그야말로 참교육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선생님들만 있어서 모든 선생님이 이렇다고 일반화시키기에 무리가 있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러나 어디나 똑같은 부류의 사람만 있을 수 없고 교사도 그런 사람이니 당연하다는 논리로 위안을 삼는다.
여기 선생님들은 대개 교사이면서 문인이다. 특히 시인이 많은데 전업 작가도 아니고 교직을 겸한 부지런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자신의 수업을 들을 새로운 학년의 청소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었단다. 처음엔 제목과 표지의 글을 보고도 무슨 책인지 감이 안 잡혔던 게 사실이다. 게다가 꽤 많은 부분까지 국어 교사의 글만 나오기에 전부 그런가 싶기도 했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다양한 과목의 선생님들이 등장하니 좀 다양해졌다. 청소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는데 어째 나도 혹 하는지. 특히 전문적인 글을 쓰지 않더라도 자기만의 언어로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게 도움이 된다는 김춘현 선생님의 말이 어찌 그리 와닿던지. 안 그래도 우리 아이들과 그 친구들에게 글은 쓰면 쓸수록 좋아지므로 될 수 있으면 많이 쓰라고 말해주곤 하는데(듣질 않아서 그렇지) 내 마음과 똑같아서 기뻤다. 그러면서 그럼 나도 이제부터라도 주변의 일상을 한 번 적어볼까라는 용기도 가져본다. 실천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자존감에 대해 설파하던 선생님이 있는가 하면 수학은 꾸준한 연습임을 강조하는 선생님도 있다.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과목인 지구과학 선생님은 지구가 생성되기까지의 역사를 좌르륵 훑기도 한다. 무엇보다 철학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전에는 별로 필요없는 주변 과목으로 여겼지만 살아보니 진짜 필요한 게 바로 철학이라는 생각에 틈만 나면 주변 사람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던 차다.
솔직히 엄마로 교사를 바라봐서인지 몰라도 나이가 많은 분들은 고루하고 권위적이며 안주하려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주변에서 보거나 이야기 듣는 것도 그런 생각에 확신을 심어주기도 했고. 그런데 당연한 얘기겠지만 끊임없이 노력하는 분들도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그러면서 이런 분들이 알게 모르게 더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