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지켜라! 뿅가맨 보림 창작 그림책
윤지회 글.그림 / 보림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때'가 있음을 알게 된다. 대소변을 가리는 때, 사물을 인지하는 때, 대화가 가능한 때 등. 거기에 남이 가진 것을 무조건 부러워하는 때도 보태야 한다. 그래서 유행하는 장난감이 있으면 그걸 사달라고 보채는 아이와 어떻게든 버티려고 하는 부모가 신경전을 벌인다. 그러다 큰 맘 먹고 장난감을 사주면 아이는 조금 갖고 놀다가 금방 다른 것으로 눈길을 돌린다. 마치 이 책의 주인공처럼. 

 여기를 보고 저기를 봐도 모두 뿅가맨을 갖고 노는 아이들만 보이고 엄마를 따라 마트에 가면 뿅가맨을 세일한다는데 엄마는 본 척도 안한다. 그럴수록 아이는 오로지 그 장난감만 생각난다. 오죽하면 다섯 평생 이렇게 멋진 장난감은 처음이라는 감탄까지 할까. 문득 여덟 살 평생 현미경을 못 봤다고 한탄하던 둘째의 말이 생각난다. 어른이 보기에는 너무 우스워서 말이 안 나올 법한 연수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평생이니 충분히 그런 말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급기야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이 뿅가맨으로 보이고 놀이공원엘 가도 모두 뿅가맨으로 보이는 심각한 상태까지 가고 만다. 이럴 때 치료법은 딱 한 가지, 바로 그 장난감을 사주는 것 뿐이다. 결국 엄마가 장난감을 사줘서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 같고 날아갈 듯한 기분으로 놀이터에 나갔는데 아뿔싸, 아이들은 이미 다른 장난감으로 바꿨다. 뒷 이야기는 안 봐도 뻔하다. 다시 처음부터 되풀이될 테고 결국 전에 산 장난감은 애물단지 취급을 받을 것이며 엄마는 그것 보라며 잔소리를 할 것이다. 어찌 그리 잘 아냐고? 바로 아이 키우는, 혹은 키웠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했던 일이니 장면이 눈앞에 휘리릭 지나간다. 

 처음에는 그 옛날 마징가를 생각나게 하는 글씨체의 '뿅가맨'이란 제목에만 신경을 써서 그 위에 작게 쓰여있는 글을 못 보았다. '마음을 지켜라!' 자신이 결정하고 생각한 것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에, 이 책의 주인공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경험했던 일이기에 이 단어가 가슴에 콕 박힌다. 한때 지구를 지키기 위해 국회의사당 돔을 열고 로봇이 나온다는 우스개소리가 있었다. 아이들은 그런 이야기를 모를 테지만 뒷표지에 그것을 형상화한 그림이 있는데 그걸 보는 순간 혼자 쿡쿡 웃었다. 눈썰미가 그다지 좋지 않은 나로서는 뿅가맨과 왔다맨의 차이를 잘 모르겠고 뒷표지의 그림이 마징가인지 태권브이인지 모르겠지만 지구를 지키기에 앞서 아이들의 마음을 잘 지켜주는 로봇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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