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희의 방 푸른도서관 41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너도 하늘말나리야>가 나온지 2009년이 10년이란다. 벌써 그렇게 되었다니 시간이 참 빨리 흘러가는 걸 실감한다. 그 후속편인 셈이라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서인지 <너도 하늘말나리야>가 잘 생각나지 않는다. 하긴 요즘에는 바로 며칠 전에 읽은 책도 기억나지 않는 판에 몇 년 전에 읽은 책이 기억난다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그래도 바우와 미르는 생각이 어렴풋이 났는데 소희는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 때는 소희보다 미르에 더 감정이입을 했지 싶다. 결국 전편 격인 <너도 하늘말나리야>를 대충이라도 다시 읽어본 후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혼자 남게 된 소희가 작은집에 얹혀 살았던 기간을 훌쩍 뛰어넘어 엄마와 함께 사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소희의 입을 통해 작은집에서 살았을 때의 모습을 가끔 엿볼 수 있다. 역시 아무리 친척이라도 남의 집에 얹혀 살기는 쉽지 않다. 솔직히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소희 작은 엄마도 전혀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내 자식도 미울 때가 있는데 남의 자식은 오죽할까. 게다가 소희 작은집은 '강남'에서 산다지 않던가. 내 보기에는 허울 뿐인 강남사람 같은데 본인들은 그것을 위안으로 삼는 듯하다. 

 재혼을 한 엄마와 함께 살게 된 소희가 모든 것이 낯설지만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멋진 집을 방패삼아 자신을 다독이는 모습이 안스러우면서도 이처럼 새아빠가 부자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앞선다. 게다가 배려심 많고 여유로운 새아빠에 동생도 전혀 남이 아니라 엄마는 같으니 충분히 좋은 조건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게다가 나중에 나타난 새아빠의 딸 리나가 나머지 문제를 말끔하게 해결해주니 소희가 소소하게 겪는 문제는 배부른 투정으로 여겨지기까지 한다. 물론 읽을 당시에는 소희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되고 공감이 갔는데 한 발짝 물러나서 살펴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소희의 조건이 너무 좋았던 건 아닌가 싶다가도 한편으로 그만큼 고생했으면 이제 이 정도는 누려도 되지 않겠냐 싶기도 하다. 현실에서도 이처럼 고생뒤에 반드시 좋은 일이 일어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소희가 지훈이와 사귀면서도 자꾸 재서에게 신경쓰는 것과 익명으로 만난 디졸브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을 보며 어쩌면 재서와 디졸브가 동일인이겠구나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면 언제쯤 디졸브의 정체가 밝혀지며 무슨 일로 결정적 역할을 할까 궁금했는데 역시나 우연을 가장한 필연의 모습이 드러난다. 같은 문화를 누리고 사는 사람들은 이처럼 작은 단서만 있어도 쉽게 짐작할 수 있으니 신기하다. 외국 작가의 책을 읽을 때는 단서를 잘 읽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작가의 세심한 배려와 구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사회에서 읽어낼 수 있는 코드를 공유하지 못하는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니 뻔한 구성이었다고 너무 야박하게 이야기할 필요는 없겠다. 

 가면 뒤에 숨어서 친구들을 진심으로 대하지 못했던 소희가 차츰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는 과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더구나 소희에게는 엄마가 재혼한 사실을 밝혀도 쿨하고 멋지게 받아주는 채경이처럼 좋은 친구까지 있으니 충분히 현실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여기에는 나쁜 인물이 하나도 없다. 새아빠도 결국 나중에 바뀌기로 했고 우혁이도 정해진 길대로 소희에게 차츰 마음을 열었으니까. 하긴 항상 이 작가의 책에는 선한 사람들과 결국 선해지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던 듯하다. 그래서 가끔 불만이기도 했다. 세상은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걸 뻔히 알기 때문에. 그래도 이런 책으로 마음을 따스하게 데우고 싶고 이런 책을 읽으면 확실히 그렇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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