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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재봉사 ㅣ 숲속 재봉사
최향랑 글.그림 / 창비 / 2010년 10월
평점 :
난 바느질을 못한다. 하긴 못하는 게 어디 바느질뿐이겠냐만 특히 바느질을 못하겠다. 그래서 퀼트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한숨부터 나온다. 저 작은 걸 언제 다 하나 싶어서. 바느질을 하면 어깨 결리고 눈 침침해서 힘든 이유도 있지만 한번 잡으면 몇날 며칠이고 완성될 때까지 그것만 붙잡고 있는 성격이기에 아예 발을 들여놓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이 책을 보았을 때 감탄사와 함께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동물 옷을 만들어주는 재료는 꽃잎과 나뭇잎을 말린 것과 자연에서 직접 얻은 것들이니 이걸 구하고 준비하고 만드느라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을까 싶었다. 으름열매 껍질을 말려서 새를 만들고 도토리가 벗어버린 집으로(이걸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도토리송이? 아무래도 이건 아닌 것 같다.) 고슴도치를 만들었는데 너무 그럴 듯하다. 드레스는 또 어떻고. 플라밍고와 악어가 입은 멋진 드레스는바로 모란꽃잎과 참나리꽃잎으로 만들었다. 국화로 만든 드레스는 또 어떻고. 이 작고 하늘거리는 꽃잎으로 어떻게 만들었을까. 벌레가 공들여 만들었다는 구멍 송송 난 나뭇잎레이스까지. 어쨌든 너무 예쁘다.
숲속 재봉사에게는 자연의 모든 것이 재료다. 그런데 재봉사는 혼자 일하지 않는다. 가위질하는 가위벌레가 있고 레이스를 뜨는거미가 있으며 옷 크기를 재는 자벌레가 있다. 각 그림을 잘 살펴보면 넷이 꼭 들어있다. 이들은 부탁한 손님들의 옷을 만드나라 밤이나 낮이나 일한다. 하늘에 있는 새들과 물속에 있는 물고기, 들판에 사는 동물, 산에 사는 동물 등 모두 숲속 재단사에게 옷을 부탁한다. 그러니 잠시 쉴 틈도 없다. 드디어 모두 꿈꿔 왔던 옷을 입고 잔치를 벌인다. 하지만 이제 숲 속 재단사는 눈이 침침하고 어깨가 욱신거린다. 자벌레는 일자로 누웠고 거미는 조느라 레이스가 엉망이 되었다. 자벌레는 자르는 것도 잊고 누워 있다. 이들의 표정은 모두 울상이다. 이게 바로 바느질의 후유증이라니까. 이래서 내가 바느질을 못하겠다는 거다. 그렇다면 숲 속 재단사와 동료들은 어떻게 했을까. 이들도 별 수 없다. 한숨 자고 일어나는 수밖에. 나뭇잎과 꽃잎을 덮고 자는 모습은 어찌나 앙증맞은지 모르겠다. 특별한 이야기가 있는 책이 아니지만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