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뇌 - 독서와 뇌, 난독증과 창조성의 은밀한 동거에 관한 이야기
매리언 울프 지음, 이희수 옮김 / 살림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마지막 책장을 덮은 지금, 지난한 책읽기였기에 드디어 다 읽었다는 안도감이 먼저 들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고나서 계속 다른 일이 끼어들었기에 시간이 걸린 이유도 있겠지만 매끄럽지 못한 문장 때문에 속도가 느려지고 때로는 앞 장으로 다시 가느라(그야말로 작가가 말했듯이 초보독서가들이 단어를 이해하지 못했을 때 하는 행동이었다.) 시간이 몇 배는 더 걸렸다. 물론 그것을 몽땅 번역 탓으로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워낙 학술용 단어가 많이 나오고 내용 자체도 상당히 전문적이라 내가 이해하는데 시간이 더 걸린 이유도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렇더라도 만족한 문장들은 아니었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난독증에 대해 알고 싶어서였다. 책을 꽤 읽는다고 여기는 나조차도 가끔은 단어를 반대로 읽는다던가 글자를 빼놓고 읽는 일이 종종 있어서 의아했다. 또 어떤 사람은 특정한 글자만 다른 글자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어서 이 기회에 난독증에 대해 '확실히' 알고 싶었는데 그건 좀 무리한 욕심이었나 보다. 하긴 난독증에 대한 연구 역사가 길지 않기에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고 충분한 데이터도 축적되지 않았으니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확실히 알려면 전문정보를 다룬 책을 봐야할 텐데 그러기에는 내 능력을 벗어나는 범위일 게다. 

그렇다고 많은 시간을 소비한 책 읽기가 헛되었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우선 인간의 뇌가 처음부터 책 읽기에 맞춰진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읽으며 의아했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당연하다. 인류가 탄생하면서부터 글자가 있었던 것은 아니니까. 다만 조금씩 세월이 지나면서 뭔가 기록해야 할 일이 생기고 전해줘야 할 일이 생기면서 문자의 필요성을 느꼈고 더불어 문자가 창조되었고 지금까지 발전해 왔다는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를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자각했다. 그 전까지는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여서 의심조차 하지 않았던 부분이다. 이런 게 바로 책을 읽는 가장 큰 목적이 아닐까 싶다. 소크라테스가 우려했던 문자로만 받아들여서 거기서 지식이 멈추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더 확장된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것 말이다. 

흔히 자폐아는 특정한 부분이 유난히 발달한다고 한다. 그런데 난독증도 일견 그런 부분이 있다고 한다. 그것을 여기서는 뇌의 활성화 영역을 스캔한 자료를 보여주며 이야기한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일을 0%와 100%로 나눌 수 없듯이 난독증을 겪고 있는 모든 사람이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책에서 예로 든 다 빈치나 에디슨, 아인슈타인만 보더라도 그렇다. 또한 현대에서도 어느 분야에서 뛰어난 성취를 이룬 사람이 알고 보니 난독증이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문제는 작가가 지적했듯이, 또한 나도 전적으로 동의하는 부분이기도 한데 바로 이러한 난독증 때문에 자신감을 상실하고 위축되어 다른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잃을까 우려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개인적으로도 안타까운 일이기도 하고 조금 과장을 하자면 인류에게도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책에서는 시종일관 어린 시절의 독서 경험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이 또한 내가 가장 관심 갖는 부분이며 적극적으로 활동하고자 하는 부분이라 많이 공감이 되었다.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책에서 다양한 단어를 만나야 언어가 풍부해진다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고 직접 느끼기도 했다. 그러므로 육아를 담당하는 사람은 부모가 됐든 보모가 됐든 책을 많이 읽어주어야 한다는 얘기다. 책을 접할 형편이 안되는 아이와 어렸을 때부터 충분한 책을 접한 아이의 언어구사력을 추적조사한 예에서도 보듯이 유아기의 책은 아주 중요하다. 평소에 갖고 있던 생각을 이렇게 다시 한번 확인했다. 

책을 읽으며 내내 들었던 아쉬움 하나. 우리 언어를 가지고 이처럼 방대한 연구를 한 사람이 있을까하는 점이었다. 내가 그런 쪽에 관심이 없기에 못 봤을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여기저기서 겉표지만이라도 봤던 책 내지는 이슈가 되었던 책을 돌이켜 보면 없었던 듯하다. 여기서 예로 사용하는 언어가 영어라서 우리 언어로 치환시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 책에서도 잠깐 언급되지만 그것은 이런 문자도 있다는 수준에 그친다. 우리도 우리 언어에 대해 연구하고 고심한다면 아무리 배우기 쉬운 문자라지만 여전히 글을 몰라 어려워하고 더 나아가 다른 언어를 배우는데도 주저하는 많은 어린이들에게 희망의 불씨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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