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꿈꾸는 곳 유엔으로 가자 - 국제기구 편 열두 살 직업체험 시리즈
유엔과 국제활동 정보센터 지음, 김효진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독서에도 취향이라는 것이 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다 보면 각자의 취향이 드러난다. 지금까지 다양한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눈 것을 토대로 내 취향을 종합해보자면 우선 감성적인 소설보다는 뭔가 얻을 게 있는 지식정보책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또한 목적의식 없이 단순히 삶의 소소한 일상을 이야기하는 책을 싫어하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목적의식을 드러낸 책도 싫어한다. 그러니까 목적의식은 있되 드러나지 않게 잘 감춰야 좋아한다는 얘기다. 말은 쉬워도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 그야말로 완벽한 작품을 원한다는 얘기니까.   

그래서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도 '열두 살 직업체험'이라는 부제를 보고 국제기구에 대해 알려주는 그렇고 그런 책이라는 생각에 선뜻 집어들지 못했다. 비록 국제기구에 대해 알고 싶고, 어떻게 풀어냈나 궁금했던 책이긴 하지만, 내용에 큰 기대를 걸진 않았다. 그러나 읽고 나서 완전히 바뀌었다. 이 책, 정말 괜찮다.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특히 직업으로서의 국제기구를 목표로 시험공부하듯 준비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관심분야를 먼저 찾아서 그 부분에서 전문가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 자주 나오는데 그 말에 적극 동감한다. 이러한 시각이 이 책에 반한 이유이기도 하다. 

본인은 별로 관심도 의욕도 없지만 극성스러운 엄마 때문에 이리저리 학원에 끌려 다니는 나대로가 여름방학을 맞아 유엔 체험단에 뽑히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대로는 특별한 목표도 없이 그저 공부하기 싫은 이유 하나로 체험단에 신청했다. 이런 이야기 구조는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이야기가 끝날 때쯤에는 그런 아이가 가장 많이 변화 발전한다. 비록 결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구성이지만 그 안에서 이야기하는 것들은 결코 뻔한 이야기가 아니다. 

유엔 체험단에 뽑힌 나대로와 한연구, 배유미가 뉴욕과 아프리카 수단, 파리, 예멘 등으로 다니며 직접 체험한다. 이 또한 보통의 이야기라면 딴지를 걸겠지만 전혀 그러고 싶지 않다. 여하튼 각 나라를 돌아다니는 것도 다 의미가 있다. 바로 그곳에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유엔 산하 기관 본부가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이 꼭 알아야 할 유엔 산하 기관을 골라서 그에 대한 내용을 재미있게 풀어냈다. 사실 난 이런 식의 지식정보책에 동화적인 요소를 넣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 책은 무척 재미있게, 때로는 감동(대로가 자신에게 편지쓰는 형식으로 소감문을 쓸 때 괜히 울컥했다. 아마 지금 대부분의 아이 모습을 대변하는 대로가 많이 변했기 때문일 게다.)하며 읽었다. 중간중간 직접 유엔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한 부분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유엔에서 일하기 위해 그것을 목표로 스펙을 갖추는 일에만 전념할 것이 아니라, 그 보다 먼저 다른 사람의 아픔을 자신의 일처럼 아파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모든 인터뷰이들의 공통된 조언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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