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렌지별에서 온 아이 ㅣ 창비아동문고 257
류미원 지음, 정승희 그림 / 창비 / 2010년 7월
평점 :
요즘은 방학이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캠프가 정말 다양하다. 둘째도 이번 여름방학에는 세 개의 캠프를 다녀왔다. 거기에 시골 외가에서 보내는 일주일까지 합치니 방학이어도 집에 있었던 날보다 밖에 있었던 날이 더 많다.
이 책의 아이들도 태권도학원에서 캠프를 간다. 외진 곳으로 갔으니 현대문명과 떨어진 곳에서 자연을 느끼며 극기체험을 하는 캠프일 것이다. 역시나 시작부터 세 아이들이 에어컨과 컴퓨터를 운운하며 볼멘소리를 한다. 원래 여행이나 캠프를 가면 거기에 충실하기 위해서 문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제품은 없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간혹 진짜 그런 곳으로 가면 불편하긴 하다. 하다못해 과자 하나 물 한 병을 살 곳도 없으면 어찌나 답답하던지. 진정한 여행에 대해 이상적인 기준을 갖고 있는 나조차 이럴진대 아이들은 오죽할까. 그들이 불평불만을 터트리는 건 당연하다.
동갑내기 세 아이 준호, 명후, 원갑이와 이들과 방을 함께 쓰는 뺀질이 태웅이, 그리고 원갑이의 동생 은지가 캠프에서 펼치는 활약상이 주된 내용이다. 원갑이와 은지는 태권도 관장님이 아빠다. 그런데 원갑이는 뭐든지 동생 은지보다 못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단순히 못하기만 하면 그나마 나을 텐데 아빠가 말끝마다 동생과 비교를 해서 원갑이의 자존심을 건드린다. 그러니 원갑이는 아빠 앞에서 주눅이 들어 더 서툴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이 세 명에게는 풀어야 할 숙제가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캠프를 왔으니 어떻게든 풀어야 할 테고 어떻게든 풀어질 텐데 그 방법이 무엇일까. 동화의 중심점은 바로 이것이다. 거기에 준호도 자신의 문제를 갖고 있어 스스로 해결할 힘을 얻는다. 아차, 또 하나 새로운 인물이 있다. 스스로를 외계인이라고 하는 티립스. 이 외계인 친구를 통해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을 많이 들려준다. 그러나 티립스를 믿어주는 건 오로지 아이들 뿐이다. 어른들은 아예 믿지 않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그냥 단순히 소년일 뿐이다.
그런데 이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 조금 낯설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상당히 염려된다. 산에서 밀렵꾼의 이야기를 엿듣고 아주 커다란 사건에 휘말릴뿐 아니라 총으로 위협을 당하고 죽을 고비까지 넘기기 때문이다. 사람은 충격적인 사건을 겪고 나면 정신적으로 큰 상처를 입게 되어 때로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그런데 작가는 그러한 사건조차 일종의 재미있는 경험 정도로 치부했다. 만약 아이들이 정말 이런 일을 겪었다면 이처럼 하룻밤의 모험 정도로 넘어갈 일이 아니라 치료를 요하는 일이다. 아무리 동화가 허구적인 요소에 대리만족을 해주기 위한 장치도 들어간다지만 이건 좀 너무 나간 듯하다. 그런 사람을 재치있게 따돌리고 신고하는 것까지는 괜찮을 수 있으나 인질이 되거나 총으로 위협까지 당한다는 건 심했다. 그들이 만난 외계의 소년 티립스가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으나 그 보다는 이들이 겪은 무서운 경험에 더 마음이 쓰인다. 이것은 분명 작가가 뒤의 사건을 지나치게 강하고 크게 그렸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이 방관자나 조력자에 머물지 않고 직접 해결사로 등장해서 어린 독자는 통쾌할지 모르나 어른인 나는 여전히 마음이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