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꼭대기 까치네 집 (CD 2장 + 손악보책 1권) - 임길택 노래상자
임길택 시, 백창우 곡 / 보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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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가요를 많이 듣는다. 아니, 요즘은 보고 듣는다는 표현이 맞다. 돌이켜 보니 이런 말, 그러니까 요즘 아이들 어쩌고 하는 말은 어른의 전형적인 수사법이 아닌가 싶다. 내가 어렸을 때도 분명 어른들이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나도 언젠가부터 요즘 나오는 가수들을 보며 그런 말을 한다. 나도 그처럼 고리타분한 어른으로 진입했다는 증거인지 아니면 진짜 요즘 가수들이 오디오보다 비디오를 중요시해서 그런 건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그러한 노래보다 백창우가 작곡한 노래가 훨씬 좋다. 

아이를 키우면서 백창우라는 시인이자 작곡가를 알게 되었다. 그의 시를 읽어보진 않았으니 내가 알고 있는 건 작곡가 백창우다. 특히 보리출판사에서 나온 노래마을 시리즈는 여행 다닐 때나 아이가 어렸을 때 자주 들었던 노래다. 한번은 여행 가면서 그 노래를 틀었더니 남편이 뭔가 다르단다. 특히 굴렁쇠 아이들이 부른 노래의 경우 맑은 느낌이 난다나. 노래에 대해 잘 모르고 어린이 문화에 대해서는 더더욱 모르는 남편조차 그런 소리를 할 정도면 뭔가 있는 게 틀림없다. 

이번에는 아주 고급스럽고 보기만 해도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노래집이 나왔다. 임길택의 시에 붙인 노래다. 게다가 표지 글씨는 판화가 이철수가 썼단다. 어쩐지. 어린이 책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임길택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코끝이 찡하지 않을까. 주로 탄광 마을이나 산골 마을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그들의 삶을 진정 사랑한 선생님. 그 아이들에게 시를 가르치고(아니, 시를 가르쳤다고 보다 삶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쳤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 결과물을 책으로 내기도 하고 본인도 시와 동화를 썼다. 그러다 46살의 나이에 떠나셨다. 그러니 어찌 찡하지 않을 수 있겠나. 

임길택의 시에 붙인 노래라서 그런지 전반적으로 노래가 가라앉았다. 물론 경쾌한 노래도 있지만 확실히 마주이야기와 같이 유치원 아이들의 이야기에 붙인 노래 보다는 무겁다. 또한 백창우의 곡들은 금방 눈치챌 수 있다. 그만큼 지금까지 나왔던 노래들과 비슷하기도 하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임길택의 시 '나 혼자 자라겠어요'와 '완행버스'가 들어 있어서 좋다. 그리고 맑은 소리로 노래부르는 굴렁쇠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내 마음까지 맑아지는 듯하다. 우여곡절 끝에 나왔다는데 그만큼의 값어치를 하는 노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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