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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해도 괜찮아 ㅣ 그림책 보물창고 51
케이트 뱅크스 지음, 신형건 옮김, 보리스 쿨리코프 그림 / 보물창고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또 그러면서 경험도 쌓고 발전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어린이 책 중에는 실수에 관한 책이 많다.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느냐의 차이일 뿐 결론은 비슷하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다.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은 언제 어디서나 그다지 새로울 게 없으니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책마다 다른 느낌이 든다. 때로는 참신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우리가 사용하는 지우개는 실수했을 때 꼭 필요한 물건이다. 그러니까 실수를 바로잡는 역할을 하는 물건이다. 부엉이와 악어, 돼지는 연필 끝에 달려있는 지우개다. 그들의 주인이 실수를 하면 잽싸게 가서 지우는 게 그들의 일이다. 특히 악어는 숫자에 밝고 부엉이는 글자에 밝다. 일종의 역할 분담이라고나 할까. 물론 돼지는 여기서도 먹는 것을 좋아해서 무엇이든 지우려고 한다. 대신 자기보다 큰 동물을 무서워한다는 문제가 있다.
그들의 주인인 맥스는(그러고 보니 이 작가의 주인공은 모두 맥스다. 두 권 밖에 안 보긴 했지만, 여하튼 둘 다 맥스다. 즉 <낱말 수집가 맥스>의 작가다.) 어느 날 커다란 종이에 그림을 그린다. 그런데 이제부터 새로운 여행이 시작된다. 셋은 맥스가 그리는 길을 지우고(아이가 그림 그릴 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해서), 무서운 호랑이의 이빨을 지우고 성난 파도를 약하게 하기 위해 지운다.
이쯤되면 헷갈리기 시작한다. 도대체 아이가 지우는 건지, 지우개들이 스스로 지우는 건지 말이다. 어찌보면 맥스가 그림을 더 멋지게 표현하기 위해 지우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떤 때는 지우개들이 각자 좋아하는 걸 그리고 싫어하는 걸 지우는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지우개들이 SOS라는 글자를 만들자 맥스가 그 신호를 알아차리기까지 하니 더욱 헷갈린다. 하지만 누가 지우고 누가 그리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지우개와 맥스는 함께 그림을 아주 열심히 그렸다는 게 중요할 뿐이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헷갈린다. 분명 앞에서는 큰 종이에 그림을 그렸는데 마지막엔 종이가 조각조각 흩어져서 돌아다니니 말이다. 그리고 문을 열고 나가는 맥스가 보인다. 솔직히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내가 너무 깊게 생각했나 보다. 아이들은 나름대로 열심히 상황을 상상해가며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텐데. 어쨌든 무서운 이빨이 지워진 호랑이 모습은 너무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