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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오는 날의 약속 (문고판) ㅣ 네버엔딩스토리 12
박경태 글, 김세현 그림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6월
평점 :
흔히 요즘 아이들은 너무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졌다고 말한다. 먹는 것뿐만 아니라 보는 것도 그렇다. 그런데 읽는 것도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나 또한 읽는 것에 대해 그렇게 변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특히 이런 책을 읽으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현실의 아이들이 싸우듯이 생활하는 이야기를 읽으며 요즘 아이들의 모습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하니 말이다. 반면 이처럼 잔잔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는 너무 단조롭다고 생각한다. 확실히 나도 자극적인 이야기에 길들여진 게 확실하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고 뭔가 허전함을 느끼기 전에 나의 습성을 탓해야겠다.
10편의 이야기는 모두 힘겹지만 아름다운 마음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특히 표제작은 마음 아픈 사람끼리 서로 의지하며 희망을 이야기한다. 한쪽은 딸을 잃은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한쪽은 부모가 없는 고아라는 설정만 봐도 그들에게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물론 거기까지 구구절절 설명하진 않는다. 유독 자기네 배추밭에만 애벌레가 많아 살충제를 준다는 것이 그만 실수로 제초제를 주는 바람에 배추가 죽은 이야기는 또 어떻고. 약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고집스럽게 농사짓는 아버지가 선후에게는 바보같아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나중에 결국 아버지를 이해하고 함께 돌아오는 모습을 보면 읽는 이도 덩달아 기분이 좋다.
모든 이야기가 잔잔하고 감동적이라서 그런지 여기서는 나쁜 사람이 없다. 비록 삶 자체는 힘들지 몰라도 마음만은 언제나 따스하고 정겹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네 고유의 감성일지도 모르겠다. 세상이 하도 각박하니까 지금처럼 변한 것은 아닐런지. 작가가 이 책을 처음 낸 것이 1999년이라니까 변할만도 하다. 시대에 따라 글을 쓰는 방식이나 소재가 조금씩 달라진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도 재미있다. 특히 자연의 모습을 서술하며 끝맺는 모습은 마치 카메라 앵글이 인물이 아닌 주변의 사물을 비추며 끝맺는 것과 비슷하다. 사는 것이 강퍅한 요즘, 이런 따스한 동화를 만나는 것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