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온과 마법사 압둘 카잠 노란상상 그림책 1
안젤라 맥앨리스터 지음, 김경연 옮김, 그레이엄 베이커-스미스 그림 / 노란상상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아주 이기적인 생각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림작가가 손수 그린 그림책을 좋아한다. 그러나 요즘은 컴퓨터 그래픽 작품이 많다. 손으로 그리더라도 그래픽을 겸한다. 추세가 그렇게 가고 있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그린이의 손길이 묻어나는 그림이 좋다. 직접 그려야 하는 작가의 수고가 얼마나 큰지 알기에 내가 너무 독자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것 같아 좀 그렇긴 해도 그게 솔직한 마음이다. 

이 책을 처음 펼쳐 본 순간, 아니 표지를 보는 순간 와 하는 감탄사가 나왔다. 너무 화려하기 때문이다. 일단 화려한 그림은 우리 눈을 사로잡으니까. 특히 표지를 펼치자마자 만나는 부분, 멋지다.


바로 이 그림이다. 금빛 장식의 화려함에 감탄한다. 마법을 믿지 뿐더러 마술을 볼 때도 신기하다는 생각은 조금이고 과연 어떻게 했을까에 더 신경쓰는 성격상 책의 내용은 뒷전이다. 뭐, 마법은 어차피 실제가 아니니까. 

 
역시 이 그림도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서커스가 마을에 오자 아이들이 마술을 보러 가지만 네 명의 아이들은 각기 성향이 다르다. 톰은 믿지 않고 피트는 아예 비아냥거린다. 그나마 리틀모는 약간 믿는 듯하고 레온만이 마법을 온전히 믿는다. 즉 마법의 세계로 떠나는 사람은 당연히 레온이 될 것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양면이 까만 상태에서 몇 개의 불빛만 나오는 그림 다음에 이처럼 화려한 커튼이 나오니 감탄뿐만 아니라 놀라기도 한다. 이 화사한 그림이란. 그러다 문득 이게 만약 손으로 직접 그린 것이라면 더 감탄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픽으로 한다고 해서 노력이 덜 들어갔단 얘기는 절대 아니지만 아무래도 느낌이 다르다. 그래서 우리가 <나폴레옹의 대관식> 그림을 보고 진짜 부드러운 천의 느낌을 보며 감탄하는 것과는 약간 다르다. 


별 생각없이 글을 읽을 때는 마치 살아있는 동물들이 스스로 움직이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자세히 읽어보니 나무로 만든 인형이란다. 그러니까 방주로 올라가는 동물들도 모두 인형이라는 얘기다. 노아의 방주부터 우주선까지 과거와 현재 내지는 미래가 공존한다. 글을 읽으면 하나로 정리가 안 된다. 마치 마법의 세계를 믿는 사람만이 이야기를 제대로 알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여하튼 마법 세계의 입구인 상자로 들어간 레온이 그곳에서 환상적인 모험을 하고 돌아오는데 그 그림 역시 멋있다. 아직 현실 세계의 부름을 듣지 못한 토끼를 안고서. 레온은 불쌍한 토끼를 보고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결국 마지막에 토끼를 안고 집으로 돌아간다. 물론 표지에 있는 토끼가 바로 그 토끼다. 서커스가 끝나고 어둑어둑한 길을 돌아가는 네 명의 아이들 위로 마법사 압둘 카잠의 얼굴이 비치는 건 무얼 뜻하는 걸까. 굳이 의미를 따질 필요는 없다. 멋진 그림을 보며 환상세계로 떠났다 돌아온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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