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대꾸하면 안 돼요? 창비아동문고 255
배봉기 지음, 이영경 그림 / 창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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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의 사람은 낯선 것에 선뜻 다가가지 못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그래서 소설 종류는 읽어도 희곡은 안 읽는다. 예전에 도서관에서 아주 많이 들어본 책이 있기에 읽어보려고 펼쳤는데 이런, 희곡이다. 결국 휘리릭 넘겨보고 책꽂이에 다시 꽂은 기억이 난다. 재미있을 것 같고 아니고를 떠나 아예 읽어보려고 시도도 안 했다. 그만큼 낯선 장르가 바로 희곡이다. 시 보다 더하다고나 할까.  

그런데 이 책은 동극이다. 즉 어린이 연극을 위한 희곡이다. 전에 희곡 형식으로 된 동화를 읽은 기억이 나는데 어떤 책인지는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번에 이 책을 만났다. 솔직히 많이 낯설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 보니 초등학교 때 학예발표회를 하면서 연극을 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대본을 누가 썼는지 모르겠지만 몇몇 장면이 어렴풋이 생각난다. 그걸 보면 전혀 낯선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낯설게 느껴질까. 그건 아마도 어린이 책이 엄청나게 쏟아지는데도 이런 동극은 만나기가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까 익숙하던 것이 어느날 갑자기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듯이 연극으로 할 때와 이렇게 책으로 나올 때의 차이에서 느껴지는 낯설음일지도 모르겠다. 

동극 다섯 편이 들어 있는데 정말 아이들 모습이 그려지는 듯하다. 그러면서 아이였을 때의 내 모습이 생각나기도 했다. 위에서 얘기한 연극하던 때의 모습이. 그만큼 어린이의 모습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동극이다. 또 아이가 어렸을 때 본 연극이 생각나기도 했다. 대사가 나오고 중간중간 노래가 나오는 것이 딱 그런 연극이다. 그래서 간혹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결론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고 등장인물들의 움직임도 예측 가능하다. 특히 짧은 대사를 주고 받는 부분은 무대에서 많이 본 모습이다. 네 번째 이야기인 마법 초콜릿에 대한 이야기는 살짝 걱정되는 결론이었다. 나를 놀린다고 다른 사람을 골탕먹여도 된다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마 장편동화를 간략하게 동극으로 바꾸면서 많은 이야기를 생략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마지막 동극은 신선했다. 동극 안에 또 다른 동극이라. 마치 옴니버스 형식의 이야기같다. 그래서 더 연극을 준비하는 아이들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졌고 그 어떤 것보다 아이들 마음이 와닿았다. 

무대에 대한 짤막한 지문만 있을 뿐 인물의 심리묘사가 적다. 동극의 특징이 그럴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이 부분을 독자가 상상해서 메우라고 한다. 아주 적절한 표현이지 싶다. 때로는 식상한 이야기에 뻔한 결론이지만 이것을 동극으로 꾸민다면 활기찬 연극이 될 것 같다. 대본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고 하니 해보지 않은 사람은 언제나 쉽게 말하는 법이다. 어쨌든 새로운 장르의 책을 만나는 기쁨을 실컷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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