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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케이크와의 대화 - 아주 특별한 선물에 대한 상상 ㅣ 마르탱 파주 컬렉션 1
마르탱 파주 지음, 배형은 옮김 / 톡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역시 프랑스 작가라는 생각이 드는 마르탱 파주의 책 세 권 중에서 가장 편하게 다가왔던 책이다. 이 작가의 책 세 권을 한꺼번에 만났는데 그 중 가장 동화 같다는 생각이 든 책이자 마음이 덜 불편했던 책이다. 그렇다고 아름다운 이야기만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마르탱 파주는 냉소적인 사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세 이야기 모두 기저에 우울함이 배어있다.
소방관인 엄마 아빠가 하필이면 주인공의 생일날 비상 연락을 받고 저녁을 먹다 만 채 나갔다. 직업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주인공도 누구를 원망하지 않는다. 그냥 일상인 듯 아주 의연하게 대처한다. 비록 생일날 다함께 케이크를 먹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혼자 생일 축하 노래를 틀어놓고 케이크를 먹으려 할 때는 눈물이 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멋진 케이크를 먹으려는 순간 일이 벌어진다. 너무 맛있어 보이는 케이크라 엄마 아빠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인데 그 케이크가 말을 한 것이다. 만약 정말 말하는 케이크를 만나서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눈다면 어떨까. 아니, 말하는 것까지는 괜찮다. 문제는 다음이다. 케이크를 먹는다는 것은 결국 케이크가 죽는다는 얘긴데 다정하게 이야기 나눈 친구를 먹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렇다고 안 먹는다면? 케이크는 곧 곰팡이가 펴서 못쓰게 될 것이다. 먹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안 먹을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주인공도 바로 그 딜레마에 빠졌다. 외로운 차에 잘 되었다 싶을 정도로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결국 그 친구를 먹어야 한다. 처음엔 케이크도 그 '사실'을 거부했는데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예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이제는 누군가의 기억속에 남아있다. 케이크는 그걸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짧은 글과 간략한 대화, 그리고 텅 빈 허전함을 그대로 표현한 듯한 마지막의 그림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