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진이다 - 아주 특별한 나에 대한 상상 마르탱 파주 컬렉션 3
마르탱 파주 지음, 강미란 옮김 / 톡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나에게는 묘한 습관이 있다. 기본적으로는 책 읽는 연령을 명확히 구분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책을 접하면 누가 읽는 책일까를 먼저 생각한다. 아마도 책을 읽고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령이 떠오른 것일 게다. 그래서 리뷰 카테고리를 연령으로 나눈다. 헌데 이 책은 어느 쪽에 넣어야할지 잠시 헷갈렸다. 동화 같긴 한데 어찌보면 청소년이 읽어야 행간의 의미를 제대로 읽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동화 형태와 약간 다른 이유도 있었다. 대개 초등학생이 읽는 책들은 글씨체가 크고 줄간격도 넓은데 비해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다. 게다가 프랑스 작가의 책은 겉으로 드러난 모양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그동안의 경험도 한몫했다. 그래도 일단 동화로 치자. 

사람이 지진일 수가 있을까. 아니 그런 질문은 무의미해 보인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더 그럴 듯해 보인다. 지금까지 전혀 생각해보지 않은 이야기를 작가는 아주 그럴 듯하게, 정말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연스럽게 이야기한다. 물론 그 이면에서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이 어떤 것인지도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알 수 있다. 

전쟁을 겪은 주인공이 그 기억을 잊고 싶어서 억지로 기억하지 않으려 하지만 그럴수록 아픔이 치유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면 깊은 곳에서 더 크게 자라는 듯하다. 전쟁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은 정말 공감이 갔다. 전쟁에 이름과 번호를 붙이고 분류하며 명성이 높은 전쟁이 있다는 이야기, 정말 그렇다. 우리도 전쟁을 겪은 나라이며 누군가는 지금도 그러한 긴장관계를 이용하고 싶어한다. 전쟁이 얼마나 불필요한 것이며 모두를 파괴할 뿐이라는 사실을 굳이 주인공의 입을 빌리지 않아도 알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주인공은 그렇게 전쟁을 겪으며 부모님을 잃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부모를 만났다. 그러나 내면에는 여전히 자신에 대해 완전한 믿음이 없다. 아마 현재의 부모님이 자신을 다른 곳으로 보낼까 두렵기도 하고 자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위험해지지는 않을까 걱정한다. 나 때문에 다른 사람까지 불행하게 되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게 지진으로 나타난 것이 아닐런지. 또한 자기 때문에 지진이 일어나니 다른 사람을 위해서 떠나야한다고 생각한다. 그야말로 악순환의 연속이다. 그러다 자신의 과거를 직시하고 인정하면서 안정을 찾는다. 돌아가신 부모님과 고향에 있는 친구들을 기억에서 억지로 지울 것이 아니라 끄집어내야 고통은 사라지고 추억만 남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인간은 누구나 그럴 것이다. 고통은 억눌러서 감출 게 아니라 극복해야 한다. 다만 그게 쉽지 않다는 게 문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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