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하나면 되겠니? 신나는 책읽기 26
배유안 지음, 남주현 그림 / 창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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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년 동화와 청소년소설을 쓰던 작가가 처음 쓴 저학년 동화란다. 작가들은 저학년 동화를 쓰기 어렵다고 말한다. 저학년은 아직 논리력이나 비판력이 약하기 때문에 그냥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상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단다. 그러니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피상적인 이야기만 할 수도 없어서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내용이 재미있으면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은근슬쩍 하는 이야기를 만난다. 즉 어렵다는 뜻이지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닐 게다. 

처음엔 누구나 아는 평범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중간에 은이가 개미굴로 들어가는 장면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할머니가 개미에게 콩을 하나 둘씩 줄 때부터 나중에 도움을 받으리라는 것도 예상할 수 있었다. 이처럼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 같지만 뒤로 갈수록 그 안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네가 할머니의 기운을 가둔다는 설정이나, 알고 보니 지네도 할머니 콩을 먹고 싶어서 그런 것이지 선천적으로 나쁜 마음을 가진 건 아니라는 이야기는 예상을 빗나갔다. 개미들과 은이가 힘을 합쳐 지네와 싸울 때는 지네가 악이라고 생각해서 은이와 개미를 응원했는데 나중에는 지네가 측은하게 느껴졌다. 결국 은이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나중에 집으로 돌아와 할머니에게 지네에게도 콩을 주라고 부탁한다. 자연을 인간의 입장에서 선과 악으로 나누지 않고 자연 그 자체로 존중해주는 작가의 시각이 마음에 들었다. 

두부를 만들어 파는 할머니의 곤궁한 삶 때문에 혹여 은이가 마음의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 그런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렇지 않다. 아니, 전혀 아니다. 밝고 명랑하며 건강한 마음을 가진 은이의 모습을 보니 나까지 행복해진다. 힘겹게 맷돌 돌리는 할머니를 돕기 위해 친구들이 놀자고 해도 뿌리치는 은이의 마음이 참 예쁘다. 그런데 지네가 사람 침에 맥을 못 춘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지네에게 물린 할머니가 침을 뱉으며 하는 말을 그냥 흘렸는데 나중에 은이가 지네와 싸울 때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로써 어린 독자들도 새로운 사실을 알지 않았을까. 몰라도 상관은 없지만. 겉표지에 콩 하나도 나눠 먹는 삶의 지혜를 배운다던데 솔직히 거기에는 눈길이 가지 않았다. 지네에게 너무 많은 관심을 가졌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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