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7
샤론 크리치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책을 읽으며 우리 작가의 책과 뭔가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 한 마디로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 듯한데 도대체 그게 뭘까. 책을 읽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금씩 피어오르던 의문은 얼마 남겨 놓지 않은 곳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그러다 갑자기 깨달았다. 아, 바로 그거였다. 대개 우리 청소년 책에서는 선과 악이 확연히 구별되어 대립하는데 반해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 그래서 때로는 지루한 느낌마저 들지만 다 읽고 나면 진정 주인공이 성장한 게 느껴지고 덩달아 읽는 나도 뭉클한 뭔가가 느껴지는 것이다. 

처음 디니 가족을 소개하는 부분에서 참 별난 가족도 다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니, 솔직히 이렇게 무책임한 부모가 있을까 싶어 화가 났다.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기분 내키는대로 훌쩍 떠나버리는 디니의 아빠. 혼자만 가는 것이 아니라 먼저 가서 살 곳을 물색한 다음 가족을 부른다. 그러면 디니 엄마는 남편을 따라 가족을 이끌고 이사를 간다. 아이들이 새로운 곳에 정착하느라 얼마나 힘든가는 고려되지 않는다. 그래서 디니 언니가 열여섯에 임신을 하고 오빠는 툭하면 말썽을 부리는 상황을 보며 당연하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렇다면 디니 아빠도 뭔가 깨닫고 달라지겠지라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여기서는 그런 이야기들은 중요하지 않다. 가족을 키워드로 잡았다면 잘못 짚었다. 물론 디니는 자신만 가족을 떠나 이모와 이모부와 살게 되자 가족에게 버림받은 것이라고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디니는 처음부터 끝까지 가족을 원망하지 않는다. 그리움을 간직한 채 자신의 삶을 하루하루 살아가다 그래도 가족이 있어 행복하다는 걸 깨닫는다. 즉 디니 내면에 일어나는 변화가 주된 이야기다. 

별다른 섧명도 없이 디니가 이모와 이모부를 따라 스위스로 떠난다. 독자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디니 가족이 힘든 상황이라는 건 알지만 어느 누구도 디니에게 설명해 주지도 않을 뿐더러 독자에게도 아무 말이 없다. 이모부가 교장으로 일하고 이모가 교사로 있을 학교에 디니도 함께 간다는 사실 밖에 알지 못한다. 그제서야 제목과 연결시켜 그곳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 디니가 겪는 일이 주된 이야기겠거니 짐작했다. 그렇다면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일, 즉 이방인으로서의 어려움이 나오겠거니 했다. 그 중 나쁜 친구가 있어서 대립하겠지라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모든 친구가 착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흔히 말하듯 못된 아이가 나오지는 않는다. 그나마 가장 악역에 가까운 인물이 릴라 정도다. 

스위스에 있는 미국인 학교지만 아이들 인종은 다양하다. 그만큼 성격들도 다양하다. 그러나 각자는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 선생님들도 마찬가지다. 릴라가 불평불만을 하며 다른 사람을 괴롭혀도 그게 문제로 나타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릴라의 성격이 그런 데에는 분명 가정에 어떤 문제가 있기 때문임을 암시하는데 그렇다고 직접적으로 이야기해 주지는 않는다. 다만 릴라 엄마 아빠의 행동을 보고 짐작하도록 할 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디니의 마음이지 릴라의 가정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군더더기로 비칠 수 있는 요소는 모두 생략했다. 덕분에 별별 추측을 다 해본다. 

자신이 납치되는 것이라 생각하며 창문에 구조를 요청하는 글을 써 놓아도 심각하게 문제 삼지 않는 이모와 이모부의 재치와 여유, 수업 도중에 예고 없이 나온 어떤 주제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몇 시간씩 토론하도록 이끄는 수업 방식이 왜 그리 부럽던지. 또한 아이들끼리 이웃 나라로 너무 자연스럽게 여행가는 모습을 보며 지리적 여건에 따라 사고의 틀도 규정되는 것 같아 씁쓸함을 느꼈다.  

낯선 곳에서 적응하기 위해 애쓰지만 그것이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틀을 벗어나야만 다른 세계를 만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성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그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다양한 문화를 만날 수 있고 우리와 다른 방식의 삶을 만날 수도 있다. 또 작가의 재치를 만날 수도 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제목이 영 마음에 안든다. 내용에서 교환학생에 대한 것이 안 나오기도 하지만 디니가 다른 곳으로 간 이유는 그런 의미가 아니기 때문이다. 읽기 전에 기대한 것도 내용과 안 맞지만 읽고 나서도 작가의 메시지를 담기에는 여전히 뭔가 부족한 제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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