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양쥐 가족의 새집 에코그림책 1
이인 지음, 우덕환 그림 / 어린른이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언젠가부터 그린이니 에코니 하며 모든 곳에 환경 관련 용어가 붙는다. 과연 그것들이 얼마나 자연을 생각하고 환경을 걱정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일 게다. 물론 개중에는 실제로는 환경을 보호하거나 지키는 게 아니라 개발하는 곳에도 이런 단어를 붙여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말이다. 여하튼 현 시대에서 가장 화두가 되는 단어는 환경이 아닐까 싶다. 

동화나 그림책에서 환경을 다룬 책은 많다. 그러나 이처럼 '에코 그림책'이라는 타이틀을 붙여가며 본격적으로 환경을 이야기하겠다는 책은 보지 못했다. 이게 첫 번째 그림책이니 앞으로도 계속 나올 모양이다. 

우선 그림이 멋지다. 사람의 심성을 자극하는 한가로운 숲속 그림을 보고 있자니 절로 마음을 가라앉는다. 하양쥐 가족은 이처럼 멋진 곳에서 자연이 주는 음식을 먹으며 살고 있다. 그러나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나무가 베이고 공사를 하더니 놀이공원이 들어선다. 자연히 사람들이 많이 몰리다 보니 쓰레기가 많아져서 음식물 찌꺼기도 많아졌다. 하양쥐 가족도 그 맛을 보고 먹으러 가지만 먼저 와서 자리를 차지한 쥐들에게 쫓겨난다. 그렇지만 그곳에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자연이 주는 선물만으로도 충분하다며 숲속으로 돌아간다. 이게 바로 작가가 말하고자 한 내용 아닐런지. 

음식물이 더 많아지자 쥐들이 점점 몰려들어 아예 쥐들이 터전을 삼았다. 아무리 자연을 이야기한다지만 솔직히 쥐가 우글거리는 모습은 편하지 않다. 특히 쥐는 인간에게 해를 끼친다는 인식이 강하고 없애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만큼 쥐가 늘어난 장면은 자연을 그대로 두자는 생각보다는 주변 환경을 깨끗이 해야한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결국 사람들에게 발각되어 쥐는 하양쥐 가족이 살고 있는 숲속으로 도망치고 쓰레기는 깨끗하게 치워진다. 아니, 먼저 쓰레기가 치워지고 쥐들이 도망간다는 게 맞을 것이다.  

이쯤에서 갈등이 생긴다. 이건 어느 쪽에 시선을 고정시켜야 할까. 쓰레기를 함부로 버린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줘야 할 것 같은데 쥐들이 이리저리 쫓기는 장면이 더 눈에 들어온다. 아무래도 살아있는 생명체이고 하양'쥐'가 주인공이니까. 그러니 쓰레기를 버린 인간의 무관심과 이기심에 눈을 돌릴 틈이 없다. 그렇다고 쥐를 없애겠다는 사람들에 맞서 생명체를 함부로 죽이면 안된다고 생각해야 할까. 그런 좀 무리가 아닌가 싶다. 인간 위주로 자연을 바라보면 안된다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쥐는 해로운 동물로 인식하고 있는데 그들에게 동정심을 갖자니 그 또한 뭔가 어색하다. 게다가 한 마리도 아니고 무리인데. 이렇듯 어디에 초점을 두어야할지 모르는 사이에 쥐떼는 숲속으로 들어가고 쓰레기는 치워졌다. 하지만 여전히 쥐떼에게 마음을 줄 수가 없다. 차라리 인간과 적이 아닌 동물을 택했으면 이런 마음이 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건 정말 딴지 거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는데 자연을 이야기한다면 개나리가 활짝 핀 가지를 인간의 욕심에 따라 잘라내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하는 생각도 든다. 어린이 책에서는 특히 사물을 대하는 작가의 관점이 일관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이 담긴 그림책이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이처럼 선뜻 동의하지 못하는 몇 가지 때문에 내용에 완전히 빠져들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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