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더 주세요! - 중국집 요리사 일과 사람 1
이혜란 글.그림 / 사계절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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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만만한 음식이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음식인 짜장면. '자장면'이 표준어라지만 이상하게 어색하다. 제목에도 그냥 '짜장면'이라 쓴 것으로 보아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닌 듯하다. 중국 음식이지만 정작 중국에서는 이곳에서 먹는 짜장면을 먹을 수 없다거나 조미료가 많이 들어가서 건강에 안 좋다는 등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좋아한다.  

재료를 직접 고르는 과정부터 배달하고 설거지하는 과정, 장부 정리하는 하루 일과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부부가 다른 사람을 고용하지 않고 꾸려나가기 때문에 바쁠 때는 아이들도 일손을 보탠다. 주방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설거지거리도 엄마의 손을 거치면 금방 깨끗이 정리되고 3분이면 배달 완료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나도 괜히 숨차다. 정말이지 숨 돌릴 틈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하루 일이 끝나고 방에 들어얹아 있는 가족의 모습을 보면 비록 몸은 고단해도 살아가는 '맛'이 느껴지고 가족의 사랑이 묻어난다. 

'일과 사람'시리즈 첫 번째 그림책으로 중국집 요리사를 선택한 것도 어쩌면 가장 많은 사람들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직업이기 때문일 게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결과물인 짜장면만 먹을 때와 이렇게 음식을 만들며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를 읽고 먹을 때는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다. 게다가 막연히 직업으로서 관찰하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작가의 어린 시절 경험과 어른으로서의 생각이 함께 이야기된다면 독자는 훨씬 공감하기 쉬울 것이다. 바로 이 작가가 그런 경우다. 어렸을 때 부모님께서 중국집 식당(이렇게 쓰고 보니 말이 좀 이상하다. 그야말로 우리 사회에서만 통용되는 단어가 아닐런지.)을 하셨기 때문에 그 기억을 되살리며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었을 게다. 

문득 우리는 경험의 범주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걸 깨닫는다. 그래서 직간접 경험을 많이 하라고 하는가 보다. 이 작가도 전작인 <우리 가족입니다>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모두 경험이 아니었으면 나오기 힘들었을 이야기다. 구체적인 그림을 보며 어느 동네일까 궁금할 정도였다. 혹 그 동네에 사는 사람이 이 그림책을 보았다면 당장 알아보지 않았을까. 그나저나 직업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는 이런 책의 시도가 무척 마음에 든다. 모두 위로만 올라가려고 할 때 내 주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돌아보도록 하는 책이다. 이 시리즈는 그 점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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