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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는 길을 개척할 거야 ㅣ 사계절 웃는 코끼리 4
박효미 지음, 김진화 그림 / 사계절 / 2010년 2월
평점 :
평소 우리에게는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의 프란츠 이야기 같은 책이 없다는 걸 무척 안타까워했다. 초등 저학년이 읽을 만한 책이라도 너무 무겁거나 이상적이고 현실적이면 유치한 책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좋은 책도 있지만 프란츠 이야기에 비견될 만큼 짧으면서도 유쾌하고 발랄한 이야기는 언뜻 생각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 만난 이 책을 읽으며 프란츠 이야기가 생각났다.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웃는 코끼리'라고 이름 붙였는데 이제 막 그림책을 뗀 아이들이 읽는 책이란다. 그림책에서 바로 동화책으로 넘어가기 부담스러울 때 읽는 책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생각보다 두껍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는 순간 그런 우려는 사라진다. 글자가 커다라니까. 게다가 세 개의 이야기가 있어서 한 편의 길이는 더 짧다.
이제 갓 입학한 민구가 매일 똑같은 길로 학교 가는 게 싫어서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는 내용이 첫 번째 이야기다. 민구가 그 길을 싫어한 이유는 또 있다. 건널목이 두 개나 있는데다 녹색 아줌마들이 '잔소리'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팔을 들고 길을 건너라고 하는 게 싫다나. 그러면서 하는 말이 고작 여덟 살인데 팔이 부러져 죽으면 억울하단다. 그래서 결국 다른 길을 돌고 돌아 학교를 가지만 이미 시간이 한참 지난 후다. 며칠을 그렇게 새로운 길을 개척하다 엄마에게 들키고 만다. 그런데 이때 지금까지의 책에서는 엄마가 열심히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아이는 마지못해 수긍하는 패턴이었는데 여기서는 좀 다르다. 친구 은결이가 불쑥불쑥 끼어들어 대화를 방해하는 것 같지만 실은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리고 결말은 아이들답게 끝난다.
두 번째 이야기는 더 아이들답다. 엄마들끼리 이야기하는 동안 잠시 놀 기회가 생긴 민구와 은결이는 무슨 놀이를 할지 정하느라 시간을 다 썼다. 서로 성별이 다르니 좋아하는 놀이도 달라 타협점을 찾기가 어려웠던 것. 결국 간신히 타협을 해서 놀려고 하는 순간 엄마가 민구를 끌고 가버린다. 이미 갈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지막에 헤어질 때도 상식을 깬다. 아마도 더 놀겠다고 떼를 쓰지 않을까 했는데 웬걸. 둘이 아주 상냥하게 인사를 하며 헤어진다. 그렇다고 억지로 상냥한 척 한 것이냐면 그건 아니다. 정말로 둘은 협상을 완벽하게 끝내서 기분이 좋았을 뿐이다.
이렇듯 세 이야기가 모두 발랄하고 재미있다. 뭔가 아이들의 행동에 개연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반대로 아이들의 모습을 정확히 표현했다. 친구와 싸우다가도 금방 웃으며 놀 수 있는 게 바로 아이들이다. 꼭 어떤 계기가 있어야만 행동이 변하는 건 아니다. 여기서는 그런 아이들 모습을 참 잘 표현했다. 천진난만하고 순진무구한 어린이를. 자세한 묘사나 설명 없이 툭툭 던져 놓은 이야기지만 그걸 모두 주워 연결하면 유쾌하고 발랄한 이야기가 완성된다.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충분히 재미있는 아이들 모습을, 충분히 재미있게 이끌어간 이야기였다. 이제 우리의 저학년 동화도 이렇게 발전해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