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이야기 - 옛이야기 다시읽는 5060 명작 3
임석재 지음, 배종근 그림 / 재미마주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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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제 나이가 드나 보다. 점점 옛것이 좋아지고 있는 걸 보니. 그러나 그 원인이 단순히 나이를 먹어서는 아닌 듯하다. 처음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기 위해 도서관에서 다양한 책을 만났을 때가 기억난다. 그때는 천편일률적이고 말도 안 되는 옛이야기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때로는 지나치게 비약하거나 사람을 곯려주고도 미안함을 전혀 느끼지 않는 모습이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그러나 옛이야기가 어떤 것이고 그 의미가 무엇이며, 왜 아이들이 그런 책을 읽어야하는지 알게 된 후 옛이야기를 바라보는 마음이 완전히 바뀌었다. 알면 달리 보인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바라보는 방식도 바뀌었다. 어린이책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봤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지 뻔하다. 다양하고 현란한 요즘의 책을 보는 기준으로 보자면 이 책은 밋밋하다. 이야기 내용도 특별한 게 없다. 아니 오히려 '이게 이야기야?' 할 정도로 싱거운 것도 있다. 그림도 아주 간단하다. 그런데 난 이 그림이 너무 마음에 든다. 아주 단순하고 색도 입히지 않은 그림이지만 너무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불과 20여 년 전에 비해 우리 어린이책 시장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으며 수준도 훨씬 높아졌다고 이야기한다. 사실이다. 그러나 간혹 예전에 나온 이야기지만 지금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작품을 만나곤 한다. 이 책처럼. 그제서야 이호백 작가가 예전의 화가가 그린 그림을 보고(당시 난 그닥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감탄하던 이유를 어렴풋이 알겠다. 

요즘 옛이야기를 재해석하거나 현재 아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바꿔서 내는 게 대세다. 이야기에 재미있거나 세련된 그림을 곁들여서 펴내기도 한다. 물론 그런 좋은 그림책을 보면 기분이 좋다. 그런 와중에 이 책은 거의 그대로 실었다. 그림도 글도 그대로다. 간혹 요즘 나오는 옛이야기 그림책 중에는 그림이 너무 현란해서 글보다 그림에 눈길이 가기 때문에 상상력을 제한하는 경우(옛이야기 그림책의 가장 큰 단점이 이것이다)가 있는데 이 책의 그림은 전혀 그렇지 않다. 글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 그림 보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이때도 수준 높은 그림이 있었구나를 새삼 느낀다.  

이 책에는 '다시 읽는 5060명작'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그 말에서는 마치 5060세대가 읽는 것이라는 느낌이 들어 약간 마음에 안 들지만 의미는 그게 아닐 것이다. 여하튼 1959년에 간행된 책의 그림은 인쇄 상태가 좋지 않아 원본에 충실하게 리터치했다는데 당시 어린이가 읽었던 책을 지금 어린이도 만난다고 생각하니 묘한 느낌마저 든다. 요즘 어린이들 정서에 맞게 만든 책도 필요하지만 이처럼 옛 냄새를 그대로 간직한 책도 필요하리라 본다. 이런 책은 특히 어른이 읽어주면 더욱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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