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은 어떻게 닭이 될까? 어메이징 사이언스 3
데이비드 스튜어트 글, 캐롤린 프랭클린 그림, 이지윤 옮김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시골에서는 매년 봄과 가을에 병아리가 깨어난다(가끔 여름이나 초겨울에도 깨어난다. 특히 초겨울에 깨어나는 병아리를 서리병아리라고 부른단다). 사 먹는 건 못 믿겠다며 달걀이라도 직접 얻겠다고 시작한 닭 키우기가 몇 년이 되었다. 매년 그렇게 봄 가을에 2,30여 마리의 병아리가 깨어나지만 남아 있는 숫자는 항상 비슷하다. 가끔씩 개가 닭장을 휘젓거나 어떤 일이 생기는 탓이다.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간혹 병아리가 한꺼번에 깨어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건 알의 문제가 아니라 하루 이틀 간격을 두고 아빠가 알을 더 집어넣기 때문이다. 그러면 나머지 병아리가 깨어나기까지 잠시 거실에 두고 키우신다. 그럴 때 엄마는 계란 노른자를 삶아서 병아리에게 먹인다. 처음엔 노른자가 병아리가 되는 거라 생각해서 참 이상했다. 자신의 종족을 먹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그런데 알고 보니 노른자는 알 속의 병아리에게 영양분을 공급하는 거란다. 그 후로 엄마의 그 방법이 옳았다는 걸 알았다. 헌데 며칠 전에 남편과 둘째에게 그 얘기를 해줬더니 전혀 수긍하지 못한다. 처음의 나처럼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런지. 

이런 사연이 있던 터라 이 책의 다양한 이야기 중 유독 그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병아리가 부화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그림을 보니 좀 더 명확해진다.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날 때는 안에서 오랜 시간 껍질을 깨기 위해 노력한다니. 문득 데미안이 생각나기도 한다. 그냥 쉽게 태어나는 것 같지만 실은 이처럼 힘든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다. 하긴 사람도 마찬가지다. 또한 병아리 부리 끝에 난치가 있어서 나올 때 이것으로 껍질을 깬다고 한다. 이건 처음 듣는 얘기다. 자연은 참 신기하다. 저절로 되는 건 없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일어나는 일은 없으니까. 닭이 알을 품을 때는 수시로 굴려서 골고루 온기를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심지어는 가망이 없는 알은 밖으로 굴려내기도 한단다. 이건 책에 없는 내용이다. 엄마가 수년간 지켜보고 얻게 된 상식이란다. 전에는 몰랐는데 요즘은 엄마에게 듣는 이런 이야기가 참 재미있다. 들으면 들을수록 자연은 신기하다 못해 위대하다는 생각을 한다. 

달걀부터 닭이 되기까지, 아니 닭이 알을 낳고 그것이 병아리가 되기까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글이 많지 않은데도 들어갈만한 내용은 다 들어있다. 짧은 책 한 권을 읽으며 시골에 있는 닭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과 살고 계신 부모님도 생각이 났다. 우리는 이렇게 '지식'으로 접하는 것들을 두 분은 직접 '생활'로 겪고 계시다. 그래서 엄마가 해주는 이야기가 머릿속에 더 잘 들어온다. 만약 이 책부터 봤다면 이처럼 기억에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직접 체험한 후에 봤기 때문에 이처럼 재미있게 공감하며 읽었던 것 아닐까. 아이들도 병아리와 종종 놀았기 때문에 적어도 책 속의 지식으로만 기억되진 않았을 거라 확신한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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