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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진보 Real Progressive - 19개 진보 프레임으로 보는 진짜 세상
강수돌.구갑우.김상봉 외 지음 / 레디앙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책을 읽은 지 너무 오래지나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전에는 책을 읽으면 인용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도 해줬는데 요즘은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더니 옛말이 꼭 맞는다. 여쨌든 가물가물하는 기억으로 써야겠다.
얼마전부터 계속 고민하는 부분이 이런 거였다. 과연 우리에게 진정한 진보가 있나, 진보가 좋은 것이라면 왜 이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외면을 받는 것일까(물론 어느 사회나 보수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진보가 일부를 차지하는 게 상식이지만 우린 좀 심하게 일그러진 듯하다), 앞으로 변화 가능성은 있는 것일까 등등의 생각들. 그래서 한때는 아예 신경을 꺼보자고도 결심했었다. 그런데 그것 또한 쉽지 않았다. 도통 의욕이 없어서 그냥 속을 끓이더라도 원래대로 살기로 했다. 어차피 변화가 피부에 느껴질 정도라면 그것 또한 문제일 거라고 위안을 하며.
사실 진보에게 문제가 없었던 건 아니다. 어찌보면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들조차 그들만의 진보를 꿈꾸고 있었던 건 아닌가 싶다. 일반인들의 생각은 뒷전으로 미뤄둔 채 대의만 생각했다고나 할까. 물론 아무것도 없을 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기초가 닦였을 때는 그것을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힘이 필요했을 텐데 그들은 그것을 간과했다. 아직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이 앞에서 이끌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이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걸 확인한 게 바로 촛불이었다. 그렇다면 아직도 '요즘 젊은 애들은'하며 자신들의 방식을 강요해야 할까. 전혀 아니다. 물론 그들도 알고 있다. 문제는 아니라는 건 알겠는데 대안이 없다는 게 문제가 아닐런지. 그래서 이 책에서 진보의 정의를 되돌아보고 고민을 해야한다는 말이 와닿는다.
다양한 곳에서 진보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분야에 관해 이야기를 풀어놓는데 어느 것은 아직은 너무나 먼 시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갑자기 변하는 게 결코 좋은 게 아니니까. 교육이면 교육, 주택이면 주택, 복지면 복지 이 모든 게 지금 이대로는 안된다는 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런데도 왜 바뀌지 않을까. 그것은 결과만을 바꾸려고 하기 때문이 아닐런지. 과정부터 차근차근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그런 시간을 주지 않았다. 그건 어느 한 쪽의 잘못이 아닐 게다. 솔직히 현재 많은 사람들이 진보에게 실망했다. 물론 그들만의 잘못이 아니라 언론의 잘못부터 시작해서 원인을 규명하려면 복잡해지겠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잘못이 하나도 없다고 할 수 없다. 이제라도 제발 진보가 힘을 얻어 좀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 나라가 나아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속 끓이지 않아도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런데 19명이 하는 이야기를 읽으며 문득 이런 게 느껴졌다. 사람들과 직접 만나거나 공개강의를 하는 사람들의 글은 읽기 편하고 마치 옆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여겨지고 공감도 되었다. 반면 교수가 쓴 글들은(물론 모두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어디나 '전부'라는 건 없으니까) 그들의 논조에 동의함에도 불구하고 읽기가 편치 않았다. 현학적인 표현이 많았다고나 할까. 직선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에둘러 표현하거나 쉬운 표현이 있는데도 어려운 말을 쓰거나 복잡한 문장을 썼다. 보통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한 이런 책, 그것도 진보를 논하고 진보계층을 좀 더 넓히기 위한 책에서 먹물 냄새를 풍기는 건 좀 그렇다. 이걸 이해하는 사람만 오라는 것도 아닐텐데. 이런 것도 진보의 문제가 아닐까. 그래서 난 어느 분야나 '현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장의 상황은 책상에서 생각했을 때의 상황과 분명히 다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