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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소나무 ㅣ 산하작은아이들 19
권정생 지음, 김세현 그림 / 산하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솔직히 말해서 어린이책 관련 활동을 많이 하면서도 권정생의 작품은 그다지 많이 읽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무조건 추앙하는 듯한 분위기도 마뜩찮았었다. 아무래도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은 내 취향과 맞지 않았던 듯싶다. 그러나 그의 삶의 방식은 존경스럽다. 아니, 나라면 도저히 그렇게 살지 못할 것 같다. 그러다 문득, 이 작가는 작품 속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그대로 실천했구나를 깨닫는다. 권정생 작품에 드러나는 특징은 한 마디로 '모든 존재에 대한 사랑'이 아닐런지. 욕심을 갖지 말고 나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사는 것. 선생님 또한 한평생을 그렇게 살지 않았던가.
주변에 있는 사람들 중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을 많이 읽은 사람이 꽤 있다. 그래서 언젠가는 좀 읽어둬야겠다 싶었는데 마침 몇 편을 만났다. 한편으론 요즘 아이들의 생활을 그리는 그런 동화가 아니라 약간 마음을 먹고 읽었다. 그러나 첫 번째 이야기인 <하느님의 눈물>은 생각보다 재미있다.
둘째는 육식을 무척 좋아한다. 그런데 가끔 동물들이 불쌍하단다. 오로지 사람이 먹기 위해 길러지고, 그러다 어느 순간 죽어야한다면서. 그런 식으로 따지면 식물도 마찬가지 아니냐고 했더니 그래도 식물이 느끼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우리가 알지 못하기 때문에 괜찮지만 동물은 그렇지 않아서 더 불쌍하단다. 아마 그 이야기가 생각나서 이 이야기가 더 와닿았는지도 모르겠다. 차마 풀을 먹지 못하고 있는 토끼와 비슷해서. 비단 우리 아이 뿐만 아니라 어렸을 때는 이런 식으로 동정심을 표현하는 아이들이 종종 있다. 그러다 나이가 들수록 무뎌진다. 그것을 보고 살아가는 방식을 터득했다고 해야하는지 잘 모르겠다.
한바탕 세찬 소나기가 지나간 뒤에 다시 활기를 찾은 도꼬마리와 명아주. 서쪽엔 무지개까지 떴다. 이 이야기는 아주 짧다. 어떤 특별한 일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한여름의 소나기가 지나간 뒤에 언제 그랬냐는 듯한 일상을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채인선의 <토끼와 호랑이와 담이와>가 생각났다. 산 너머에는 절대 가면 안된다는 부모님의 말씀을 듣고 절대 넘어가지 않지만 어느 날 똘똘이는 결국 산을 넘고 만다. 그런데 그 산 너머에는 똘똘이와 똑같은 다람쥐가 있었다. 그 부모들도 절대 넘어가면 안 된다고 했던 말도 똑같다. 그렇게 용기 있는 누군가에 의해 서로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고 이젠 평화롭게 왕래하며 산다. 이건 마치 남과 북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권정생의 아름다운 동화가 저학년이 읽을 수 있도록 큼직한 글씨와 그림을 넣어 나온 책이다. 약간 지루할 수도 있지만 읽다 보면 마음이 잔잔해진다. 확실히 자극적인 요즘의 동화와는 뭔가 다른 맛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