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빨강 창비청소년문학 27
박성우 지음 / 창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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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문학에서 처음으로 시를 만났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청소년문학이라고 하면 당연히 소설만 생각했다. 간혹 청소년들이 쓴 시를 보긴 했으나 이처럼 청소년을 위해 시인이 쓴 시는 생경하다(그러나 내용은 너무 공감할 수밖에 없다). 어린이를 위한 시는 많은데 말이다. 그만큼 우리가 청소년에게 무심했다는 말일까. 하긴 청소년을 위한 문학작품이 쏟아져나온 게 그닥 오래되지 않았다. 그러니 장르의 다양성에 대한 기대는 성급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시작이 반이라고 이제 시가 나왔으니 좀 더 다양한 문학을 접할 수 있지 않을까. 

청소년기를 지나고 있는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 딸이 많이 공감하겠구나 싶은 시가 그득하다. 동시가 그들의 삶을 외면한 채 아름다운 것만 보여주고자 하는 것에서 나아가 이제 그들의 아픔과 방황, 생활을 이야기했듯이 여기에 나오는 시도 청소년들의 삶을 그대로 비추고 있다. 그들만의 고뇌를 이야기하는 시가 없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너무 자연스럽다. 마치 예전부터 여기에 있었던 시 같다. 처음 나온 청소년을 위한 시라면 약간은 어색함이 느껴져야 맞는 것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냥 기계처럼 공부만 해야하는 상황을 '공부기계'라고 표현하며 은근슬쩍 현실을 꼬집는다. 또한 공부를 잘하면 뭐든지 용서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뭘해도 잔소리만 듣는 진실을 자조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성에 대해 호기심이 왕성한 그들만의 활력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지금 여기에 있는 청소년들의 모습 그대로다. 때로는 위로하고, 때로는 아픔을 감싸주기도 하고 때로는 그들의 감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청소년을 위한 시. 이제 청소년들도 소설이 아닌 시를 만날 기회가 생겼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크나큰 변화가 아닐까 싶다. 창비청소년문학 화이팅, 박성우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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