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핀볼이 아니다 사계절 아동문고 77
베치 바이어스 지음, 김영욱 옮김 / 사계절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이런 책을 읽으면 문화 차이라는 말을 절로 떠올리게 된다. 주인공인 세 아이가 처한 상황은 어디서나 일어날 법하지만 그들을 대하는 태도나 제도는 우리와 사뭇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우선 위탁 가정을 두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때까지 돌봐주는 시스템이 우리와 다르다. 우리에게도 비슷한 것은 있지만 일반 가정에서 그런 역할을 하도록 되어 있지는 않다. 또한 그들의 상황을 풀어가는 방식이 다르다. 아마도 우리 같으면 그런 상황에 처한 아이들의 힘든 상황을 상당히 어둡게 표현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여기서는 우울한 상황에서도 웃을 수밖에 없도록 이야기를 전개한다. 중간중간 들어 있는 유머와 위트는 또 어떻고.  

우선 세 아이가 처한 상황을 보면 엄마가 떠나고 알콜 중독인 아빠와 사는 하비는 아빠 차에 치여서 다리가 부러진다. 실수로 차에 치일 수는 있지만 하비의 경우 아빠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는 게 문제다. 아빠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 이유가 중요한 일 때문이 아니라 단지 포커 게임을 하고 싶어서였다는 점은 하비에게 큰 상처다. 또한 아기였을 때 버려져 어느 쌍둥이 할머니 집에서 자란 토마스 제이. 그냥 누군가가 돌봐주었으니 괜찮은 것 아닌가 싶겠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할머니들은 제이를 돌봐주긴 했지만 제이가 필요로 하는 것들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냥 의식주만 해결해 준 것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칼리는 셋 중 나이가 가장 많은데 의붓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해 위탁 가정에 오게 되었다. 안정되지 못한 가정에서 자란 칼리는 사물을 보거나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상당히 삐딱하고 시니컬하다. 

그래서, 하비는 '아빠가 술을 자제하고 안전한 가정을 꾸릴 수 있을 때까지', 제이는 '친부모를 찾거나 평생 돌봐 줄 양부모가 정해질 때까지', 칼리는 '집안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위탁 가정에 맡겨진다. 이처럼 사정이 제각기 다른 아이 셋이 마음씨 좋고 사랑을 표현할 줄 아는 메이슨 아주머니와 함께 살면서 서서히 변한다. 무엇이든 삐딱하게 바라보던 칼리도 다른 사람을 돌보는 기쁨을 맛보면서 자신도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자각하게 되고 그러면서 조금씩 변했다. 하비도 말은 안 하지만 아빠를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아 보였는데 칼리와 제이의 도움으로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연다. 제이도 자신을 돌보던 할머니들이 싫은 건 아니었지만 실제로 자신에게 필요한 사랑을 가르쳐주진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또 할머니가 떠날 것 같아 두렵기도 하고 자기가 해줄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 미안해하지만 아저씨의 도움으로 무사히 넘긴다. 

이렇듯 세 아이는 이제 자신의 인생을 살기로 결심한다. 칼리는 이것을 자기들은 핀볼이 아니라고 강변한 것이다. 그런데 핀볼이 무엇인지 우리 아이들이 알까. 무엇인지 확실히 모르는 상태에서 그 뒤에 숨겨진 의미를 파악하기란 힘들어 보인다. 또한 인용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인물 등도 우리에게는 너무 낯설어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이런 게 바로 외서의 약점이 아닌가 싶다. 대신 이 책이 1977년에 씌어졌지만(서지사항에 따르면) 시대적 간극은 잘 모르겠다. 그것은 아마도 외국의 문화를 우리가 잘 모르기 때문에 시대적 변화를 그다지 크게 느끼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우리 창작이 35년 전의 작품이라면 그때와 현대의 생활 모습이나 상황이 너무 차이가 나서 아이들이 공감하기 어려울테니까. 그럼 이 부분은 외서의 강점이라고 해야 하나. 여하튼 주변 여건이 힘든 상황이라도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애쓰고 서로 도와주는 모습은 코끝이 찡하다. 그러면서도 칼리와 메이슨의 재치있는 대화는 시종일관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