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친구 이야기 사계절 1318 문고 17
크리스티앙 그르니에 지음, 김주열 옮김 / 사계절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이 두 남녀가 각자 자기의 시각에서 서술하는 두 개의 이야기 중 하나라는 것을 미리 밝혀둔다. 한 권에서 두 이야기를 교차하기도 하고 때로는 앞뒤로 나뉘어져 있기도 한데 이 책은 아예 다른 책으로 구성되었다. 그래서 한 편만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에 '같은 추억, 서로 다른 이야기'가 이어진다는 글귀를 보고 나머지 한 권을 읽지 않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책이 너무 재미있으니까. 

이 책'들'을 먼저 읽은 지인이 꼭 '남자친구 이야기'부터 읽으라고 하기에 그것 먼저 읽고 나중에 여자친구 이야기를 읽었다. 두 권을 다 읽고 왜 그러라고 했는지 이해가 갔다. 그래서 딸에게 어느 것 먼저 읽었냐니까 여자친구 이야기부터 읽었단다. 그러면 감동이 덜 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전혀 아니란다. 그런데 딸은 이 책이 더 감동적이었단다. 잔을 위해 그토록 힘겹게 연습하는 피에르의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었다나. 난, 남자친구 이야기가 더 감동적이었는데. 아무래도 나중에 읽는 책은 어느 정도 결론을 알고 읽기 때문에 그런가 보다. 그렇다면 다른 방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바로 어느 것을 먼저 읽든 그게 더 감동적이라고. 

여하튼 내 경우 남자친구 이야기 먼저 읽었으니 그걸 기준으로 이야기를 해야겠다. 잔의 입장에서 볼 때 피에르가 너무 우유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피에르의 입장에서 보니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겠다. 또한 잔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도 알겠다. 잔의 아빠가 작곡한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연습하는 모습은 어찌나 아름답던지. 딸이 감동하는 이유를 알겠다. 말은 쉽게 연주회 연습이라고 하지만 학교 다니면서 연습하는 게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러면서 틈틈이 잔을 위한 시간까지 냈으니. 

잔의 아빠가 사용하던 피아노를 팔았는데 그걸 피에르가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이런 게 바로 운명이구나 싶었다. 그러나 둘은 서로 그 피아노에 대해 어떠한 의미도 두지 않는다. 그저 우연을 가장한 운명이라고 생각한 나 같은 독자만 그들의 기막힌 운명에 기뻐할 뿐이다. 엄마로서 이런 남자친구, 여자친구라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이처럼 순수하면서도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각자 자신의 생활 또한 철저한 이들과 같다면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클래식과 관련된 상당 부분이 사실 그대로를 묘사하고 있어서 클래식에 문외한인 나 같은 독자는 상식이 조금 늘었다. 이 책을 읽고 <방랑자 환상곡>과 <골트베르크 변주곡>을 들어보았다. 특히 <방랑자 환상곡>의 경우 브렌델의 곡과 다른 곡을 들어보기도 했다. 정말이지 이 두 책을 읽으면 여기 나오는 일부의 음악을 안 들어볼 수 없다. 그러면서 잔과 피에르의 모습을 상상한다. 무대에서는 열정적인 피아니스트지만 밖에서는 수줍음 많은 평범한 남학생인 피에르. 그가 펼치는 아름다운 사랑과 피아노에 대한 열정을 만나는 좋은 시간이었다. 당분간 이 책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을 것 같다. 청소년에게 선물할 일이 있으면 꼭 남자친구 이야기와 함께 이 책으로 해야겠다. 읽게 되어 무지무지 다행인 책, 읽고 나서 무지무지 행복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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