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손을 내밀어 봐 - 화해 저학년 어린이를 위한 인성동화 3
정민지 지음, 손재수 그림 / 소담주니어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은 특정 목적을 표방하는 동화가 많이 나온다. 동화에는 당연히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있기 마련이지만 이런 책들은 좀 노골적으로 드러내놓는다. 그래서 책을 읽지 않더라도 어떤 내용일지 대충 짐작이 가능하다. 한편으로는 꼭 이래야 하나 싶다가도 어차피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사항을 잔소리나 지식처럼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이야기로 풀어내면 접근하기가 더 쉬울 것이라는 데에 생각이 미치면 충분히 이해가 가기도 한다. 그래도 여전히 동화의 참맛을 포기하지 못하기에 이런 책에는 약간 아쉬움이 남는다. 

화해를 주제로 한 동화가 네 편이 나오는데 아이들 생활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친한 친구와 싸웠는데 화해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아이들, 아주 많다. 사실 저학년 아이들은 절교와 절친이라는 말이 수시로 왔다갔다 한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 해도 조금만 싸우면 절교했단다. 그러다 다음날이면 언제 싸웠냐는 듯이 절친이란다. 첫 번째 이야기는 바로 그런 아이들을 보여준다.


별 것도 아닌 일로 가장 친한 친구와 그야말로 피 터지게 싸우고 아직도 화가 안 풀린 아이들. 오랫동안 친하게 지낸 만큼 싸운 후 먼저 다가가기에 어색해 한다. 결국 중간에서 친구가 다리 역할을 해서 무사히 우정을 되찾는다. 어린 아이가 자기 때문에 싸움을 하게 된 것 같아 마음을 쓴다는 설정이 다소 작위적이긴 하다.


이 그림을 보는 순간 만화가 생각났다. 그래서 그림작가 이력을 보니 역시 만화가였다. 한때 저런 여자 아이 그림을 엄청 그렸던 큰 아이가 생각난다. 삽화에 신경을 쓰는 편이지만 이처럼 만화풍의 그림으로 하니 나름대로 재미있다. 



이렇게 편지로 화해를 시도하는 동생이라면 이 세상 누나들 참 살맛 나겠다. 비록 현실에서는 이런 동생이 얼마나 될까마는 동생인 아이가 이 책을 읽으면 나중에 이런 방법을 써도 되지 않을까. 좀 무리한 요구 같아 보이긴 하지만. 

네 개의 이야기 중 네 번째 주제가 와 닿는다. 자신과 화해하는 방법이라니. 사람들은 자신에게 화가 났을 때조차 그 사실을 모르고 엉뚱한 데다 화풀이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스스로를 되돌아 볼줄만 알아도 결과는 많이 바뀔 텐데. 그런데 역시 작가의 의도가 지나치게 드러났다. 이런 좋은 주제를 이런 식으로 이끌어가다니. 친구와 화해하는 세 번째 이야기도 의사소통 방식을 따르고 있지만 어린 아이가 이처럼 능숙하게 그 방법을 사용한다는 설정이 어색하다. 어른이 연습해도 될까 말까한 방법인데. 코믹한 그림과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루고 있어서 아이들은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역시 동화라는 장르 특성에 비추어 보자면 많이 부족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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