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파업 중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4
김희숙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전혀 낯설지 않은 제목의 책, 그러나 나온 지 얼마 안 된 책. 십 년(정확히 구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지금 작은 판형으로 다시 나왔다. 전에는 큰 책이었는데 어떻게 작은 크기 안에 이야기를 다 넣었을까 싶었는데 알고 보니 삽화를 다 뺐다. 개인적으로 이런 문고판, 대환영이다. 작고 가벼워서 부담없이 들고 다닐 수 있는 책을 그리워하던 참이다. 그리고 솔직히 삽화를 다 빼니까 좀 있어 보인다. 초등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오히려 그림(삽화)이 있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들이 꽤 있다. 글을 읽는데 방해가 된단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 네버엔딩스토리 시리즈, 마음에 든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던데 다시 한 번 읽으며 강산 뿐만 아니라 문화와 의식도 변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소재도 독특했고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지금은 약간 진부한 감마저 느끼니 말이다. 그동안 동화는 무수히 쏟아져 나왔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작가도 많이 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얘기는 아니다. 당시 사회를 읽고 그것을 나누려고 애쓰며, 때로는 몇 발짝 앞으로 나아갈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뒤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더라도 그 안에 들어있는 가치는 변함 없는 것이기에 아마도 이 책이 지금도 꾸준히 읽히고 사랑받는 것일 게다. 

지금이야 양성평등이라는 말이 아주 당연하게 생각되지만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드센 여자의 넋두리 정도로 들리는 말이었다. 이 책은 그 '얼마 전'에 집안 일이 싫어서 파업을 하는 엄마 이야기를 천연덕스럽게 보여준다. 그렇다고 집안 일이 무조건 싫어서가 아니다. 아무리 전업주부라지만 조금도 도와주지 않는 가족에 대한 경고다. 처음에는 하소연도 하고 협박도 했지만 먹히지 않자 파업을 단행한 것이다. 파업 하루 만에 온 가족이 변한 모습을 보니 참 순수한 가족이라는 생각도 들고 정말 이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기도 하다. 

이 밖에도 다양한 이야기가 들어 있는데 모두 더불어 살아가는 것에 초점을 맞춘 듯하다. 그래서 때로는 작가의 의도가 지나치게 드러난 것 같아 약간 어색하기도 했다. 여기 나오는 어른과 아이는 모두 착한 마음을 가졌다. 남이 아파하면 함께 아파하고 도와주려고 애쓴다. 내가 너무 강퍅한 세상에 살고 있어서인지 그런 점이 비현실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게 바로 작가의 마음이고 작가가 바라는 세상이기 때문에 그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시비걸기 전에 이 책을 읽는 이는 누구라도 아름다운 마음을 되찾았으면 좋겠다(이건 나 자신한테 하는 독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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