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꾼 릴리 미래아이문고 11
라셸 코랑블리 지음, 박창호 옮김, 줄리아 워테르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대개 책을 읽으면 바로 리뷰를 쓰는데 이 책은 읽은 지가 한참이 지났다. 그런데도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났다. 그렇다고 책이 두껍다거나 난해한 이야기가 아닌데도 말이다. 어린이책이 난해해 봤자 얼마나 난해하겠어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여하튼 이 책은 그처럼 난해한 책도 아니다. 그럼 뭣 때문에 지금까지 리뷰를 미룬 것일까. 그건 어떤 방향으로 봐야할지 몰라서 망설인 게 아닌가 싶다. 

처음에 뒷표지에 있는 글을 보지 않고 읽었는데 릴리가 남의 말을 듣지도 않고 자기 마음대로에다가 툭하면 주먹부터 나가는 걸 보며 아이의 인성에 관한 이야기겠거니 했다. 아니면 릴리가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을 그리던가 그도 아니면 폭력의 부당함을 알려주기 위해 일부러 싸움꾼인 릴리를 등장시킨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뒤로 가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제서야 뒷표지에 있는 글이 무슨 의미인지 다가왔다. '싸움'과 '전쟁'에 관한 이야기. 

그러나 걸핏하면 말도 없이 주먹이 먼저 나가고 자신의 기분에 따라 마음대로 행동하는 싸움꾼 릴리가 나중에는 전쟁(즉어른들의 싸움)을 반대하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솔직히 그래서 억지스럽다고 느꼈다. 또한 그래서 선뜻 어떤 식으로 리뷰를 써야할지 난감하기도 했다. 이건 비약이 좀 심한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아무리 가능성이 많은 어린이라지만 어떻게 그렇게 하루 아침에 사람이 변할 수가 있을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다시 한번 책을 훑어 보니 작가가 억지를 부리지 않았다는 걸 알겠다. 분명 릴리는 걸핏하면 싸우고 다른 사람과 어울릴 줄 모르는 이기주의자일지 모르지만 마음 속에는 '함께 사는 사회'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건 할아버지와 엄마 아빠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기 때문에 비록 평소에는 문제아였더라도 결국에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결국 아슬란을 지키기 위해 어른들이 할 수 없는 일을 아이들이 한 것이다. 여전히 약간의 억지가 느껴지지만 처음에 느꼈던 것보다는 훨씬 괜찮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어린이책에서도 이처럼 정치적인 문제를 자연스럽게 다뤘다는 점이 독특하다. 그렇다고 정치색이 드러난다는 얘기는 아니다.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 전쟁을 왜 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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