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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ㅣ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27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이규환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12월
평점 :
요즘 이 시리즈의 책을 꾸준히 보고 있다. 그러면서 스스로 대견해하고 있다. 이미 청소년 시절에 읽었어야 할 책이지만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기에 지금 만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읽는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고전의 맛을 알겠다. 아, 이래서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에게 꾸준히 읽히는구나, 이래서 고전이라 부르는거구나를 느낀다. 때로는 이걸 읽지 않았으면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싶은 책도 있다(내 경우 <돈키호테>가 그랬다). 읽지 않으면 그 책이 얼마나 가치 있는 책인 줄 어찌 알겠나. 그러니 이런 생각은 책을 읽은 후에만 가능하다. 이렇듯 내가 직접 느꼈기에 딸에게도 자꾸 권한다. 그러나 내가 당시 이런 책을 힘들어했듯이 딸도 어려워한다. 그래도 가끔 하나씩 빼서 읽는 것을 보며 다행이다 싶다.
이 책도 제목을 대면 자동으로 작가가 튀어나오는 책 중 하나다. 그런데 내가 예전에 이 책을 읽었던가. 사실 처음엔 조금 읽은 줄 알았다. 그러다 포기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기억이 하나도 안 나는 걸 보니 안 읽었나 보다.
러시아 상트페레르부르크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지금도 그 거리가 보존되어 '라스콜리니코프 거리'라고 불려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간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들은 뒷부분에 나와 있는 '제대로 읽기' 코너에 실려있다. 그러니까 나 같은 문학과 거리가 먼 사람들에게 제격인 셈이다. 물론 딸도 이 부분이 있어 작품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단다. 한편으로 작품은 누군가가 설명해주고 해석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깨닫는' 것이라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말도 일리는 있으나 모든 사람에게 이러한 공식이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즉 나는 이 부분의 도움을 많이 받았기에 내게는 아주 유용한 정보였다.
농노제가 폐지되어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와 궁핍하게 사는 모습은 솔직히 제대로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그것은 내가 그 나라의 풍습과 생활방식을 잘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우울증에 걸린 게 분명하다. 그런데 이 당시에 우울증이란 말이 있었던가. 아무튼 자신의 신념대로 살인을 저질렀다지만 그게 꼭 옳은 방법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고 괴로워하기도 한다. 만약 그가 리자베타를 죽이지 않았다면 이처럼 풍부한 이야기가 전개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작가는 선한 리자베타를 그 자리에 둠으로써 라스콜리니코프가 자신의 이론을 회의하게 만들었다. 라스콜리니코프가 자신을 의심하는 사람들과 심리전을 벌이며 나누는 대화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