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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왓? 맛있게 먹은 음식은 어떻게 똥이 될까?
이상배 지음, 백명식 그림 / 왓스쿨(What School)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음식의 소화과정을 이야기하리라는 걸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기에 차례를 보지 않고, 이야기의 처음에 나온 제목도 흘려보낸 채 읽었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 소화과정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오감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럼 간단하게 이야기한 뒤에 중점적으로 소화를 다루겠지 했는데 그것도 아니다. 오감이 서로 자기가 중요하다고 싸우는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고 결국 모두 중요하다는 이야기로 끝나고 만다. 그제서야 알았다. 두 가지 이야기가 들어 있다는 것을. 그러니까 감각에 대한 이야기 하나와 소화에 대한 이야기, 이렇게 서로 다른 두 개의 이야기가 들어있었던 것이다.
첫 번째 이야기 안에는 옛이야기가 들어있는데 진짜 옛이야기가 아니라 옛이야기 형식의 이야기다. 그러면서 나중에 각 감각기관을 이야기하며 간략하게 설명해준다. 그림도 있는데 아주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기능은 알 수 있다. 그리고 각 기관에 해당하는 속담을 말해주는데 이것이 다른 책과 다른 부분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야기가 바로 소화에 대한 이야기인데 역설적이게도 소화되지 않은 감씨가 지나가는 길을 보여주며 소화를 설명한다. 싹을 틔우기 위해 모든 역경을 이겨낸 감씨. 똥으로 나와서 드디어 언젠가는 나무로 태어나겠지. 아이가 다행히 들에서 볼일을 봤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아무 소용이 없을 뻔했다. 다만 아이가 새를 쫓고 있었다는데 요즘 대부분 도시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그것을 어느 정도나 이해하려나 모르겠다. 시골에서 자라더라도 새 쫓는 건 모를 텐데. 게다가 이렇게 밖에서 볼일을 본다는 설정이 언젯적 얘기일까. 그런데 첫 부분에 했던 이야기를 잘 보면 이해가 된다. 현재는 밭둑에 커다란 감나무가 있고 거기에 감이 주렁주렁 달렸단다. 그러니까 지금 이 감나무가 여기 이렇게 있게 된 과정을 소화와 함께 들려준 것이다. 처음엔 몰랐는데 앞뒤를 맞춰보니 소화를 설명하는데 어떻게 이런 구성을 생각했을까 싶다. 그래서 처음엔 별을 세 개만 주려고 했다가 네 개로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