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에 대한 책을 보고 리뷰를 쓰려는데 갑자기 비슷한 책을 꽤 많이 봤다는데 생각이 미치자 그것을 정리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리뷰 쓰는 것을 미루고 우선 똥에 관련된 책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특히 어린이책에서는 똥에 관련된 책이 유난히 많은데 인간의 본능에 해당하기 때문일 것이다. 창작으로 접근한 책도 있지만(사실 이것은 너무너무 많아서 정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무모해 보인다.) 그 보다는 과학적으로 접근한 책을 살펴봐야겠다.

1. 똥 과학 박물관

이 책을 보다가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처음 보는 출판사의 책인데 생각보다 마음에 들었다. 다양한 동물의 똥에 대해 이야기해 주기도 하고 똥을 처리하거나 이용하는 방법에 대한 것도 나온다. 또한 태국에서는 코끼리똥으로 종이를 만들기도 한단다. 너무 깔끔한 오소리는 그것 때문에 여우에게 집을 빼앗기기도 한단다. 여우가 의도적으로 오소리 집 주변에 똥을 여기저기 누면 오소리가 냄새를 참지 못하고 집을 떠나는 것이다. 반면 자기의 똥을 먹는 동물도 있다. 그렇다고 지저분한 동물이기 때문은 절대 아니다. 거기에도 다 지혜가 들어있다. 내용이 깊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흥미를 끌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되어 있다.

2. 화석이 된 흔적 똥
 
전에 이 책을 읽고 썼던 리뷰를 인용한다.

보통의 화석은 처음부터 중요하게 여겨졌으나 똥화석은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 생각하면 당연히 처음부터 거기에 주목하고 중요하게 생각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어른들은 질색을 하지만 아이들은 무척 좋아하는 주제인 똥. 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똥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 인해 시기를 연구하고 생활을 유추하는 하나의 학문임을 당당히 밝힌다. 처음에는 그냥 평범한 (이미 다 알고 있는)이야기를 펼쳐갈 거라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몰랐던 내용이다. 즉 똥화석을 점잖은 말로 표현하면 분석(糞石)이란다. 한자를 보니 당연한 얘기다. 그러나 이렇게 알려주기 전에는 '미처' 몰랐다. 그리고 똥화석을 비롯해 발자국이나 알 같은 것은 흔적 화석이라고 한단다. 이렇게 처음부터 예상을 빗나간 내용으로 흥미를 끌었다. 

여기서는 똥화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이야기하기도 하고 똥화석으로 알 수 있는 것에 대해 설명도 한다. 게다가 각 장의 끝에는 똥화석 전문가를 한 명씩 소개하고 있어서 귀한 정보가 되었다. 사실 똥화석이 있으면 그것을 연구하는 사람이 있는 게 당연하건만 이렇게 똥화석 전문가라고 이름붙일 만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생각지 못했다. 하긴 고기생충학자도 있다는데, 뭐. 이런 많은 사람들 덕분에 우리가 지금 많은 것을 즐기고 누리는 것일 게다. 여하튼 너무 당연한 생리적 결과물인 똥화석을 통해 이렇게 많은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을 보면 주변에 무심히 지나칠 것은 하나도 없다는 '상식'을 다시금 깨닫는다.

3. 야! 발자국이다

한창 세밀화(원래 이 단어는 잘못되었다며 어떤 명칭을 쓰던데 잊어버렸다.)가 대세일 때 나왔던 책이다. 동물의 똥을 직접 보는 것처럼 그려져 있어 무척 흥미로웠다. 게다가 모임에서 행사를 할 때 출판사에서 이 실물 자료를 전시해줘서 아주 흥미롭게 봤던 기억이 난다.

하얀 눈이 내린 겨울산에서 만날 수 있는 야생동물의 흔적을 따라가면서 만나는 똥도 보여준다. 육식동물인 여우는 가끔 잡아먹은 초식동물의 털이나 뼈도 나온다는데 정말 그랬다.

4.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더 이상 말이 필요없는 책. 어린 시절에 이 책을 안 보는 아이가 있을 정도로 유명한 책이다. 어느 학교에서는 6학년에게 책을 읽어주는데 가장 반응이 좋았던 책이란다. 단순히 똥을 싼 범인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각 동물의 똥 모양을 너무 정확히 표현했다. 염소 똥을 까만 새알 초콜릿 같은 염소똥이라고 했던가? 그 새알 초콜릿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게 무슨 소린지 모르겠지만 그걸 먹어 본 사람이라면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5. 똥 냄새 나는 책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아니, 똥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똥에 대한 이야기로 끝난다. 그야말로 다양한 동물의 똥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가득 들어있다.

고양이나 개, 비둘기에 대한 것은 주변에서 많이 보니까 그렇구나하고 넘기지만 공작이나 뱀의 똥 이야기는 새롭다. 그러고 보니 뱀은 똥을 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당연한 이야기건만 보는 것만으로도 징그러워 그 외의 것은 생각하질 않았던 것이다. 방귀 냄새에 비해 오히려 똥 냄새는 구수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는 스컹크나 뉴질랜드에만 사는 키위새에 대한 것 등 미처 생각지도 않았던 동물의 '똥'을 보여주고 들려준다.

뼈까지 씹어 먹기 때문에 똥이 하얗다는 하이에나, 먹는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 달팽이 이야기도 나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똥이 마려울 때 어떻게 하면 되는지와 안 나올 때 어떻게 하면 되는지까지 이야기한다.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그거'에 대한 이야기군. 덕분에 여기에도 전부 '그거' 이야기밖에 없다. 내 참, 리뷰가 이렇게 똥 이야기만 하긴 처음이네. 그래도 아이들은 무척 좋아하는 책이다.

6. 지렁이가 흙똥을 누었어

이 책은 지렁이 똥에 대해서만 나오지만 그래도 똥을 과학적으로 다룬 책이라 끼워줬다.

이 책은 나오기 전에 그림 작가인 이태수 작가로부터 지렁이 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더욱 궁금했다. 작가가 도시에서 살다가 시골로 옮겼는데 그 전에 이 책의 그림을 어느 정도 그려놓았었다고 한다. 그런데 시골로 가서 살펴보니 지렁이 똥이 아주 다양하더라는 것이다. 결국 그림을 다시 그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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