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소설이 아니다 - 프랑스 창비세계문학 단편선
드니 디드로 외 지음, 이규현 엮고 옮김 / 창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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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을 욕심에 책세이로 쓰겠다(리더스가이드 사이트다. 워낙 쟁쟁한 분들이 많아서 서평쓰기가 유난히 두려운 곳이다.)고 덜컥 약속은 해 놓고 책을 읽으며 무지 걱정했다. 아니, 솔직히 후회했다. 그냥 리뷰로 쓰겠다고 할 걸하고 말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여기에 나오는 단편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는데 그것을 가지고 일반 리뷰로 쓰는 것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 든다. 

소설은 그야말로 가뭄에 콩 나듯이 읽는다. 게다가 프랑스 소설은 가뭄에 난 콩이 그 뒤에 난 홍수에 쓸려간만큼이나 읽었을까 말까한다. 얼마전에 모임 사람들과 르 끌레지오의 <나는 오늘 아침 학교에 가지 않기로 결심했다>를 돌려보며 읽었다. 참고로 이 책에는 <륄라비>라는 제목으로 들어가 있다. 그 책을 읽고 나눴던 말은 '참 난해하다'였다. 어린이책 이론서를 보더라도 프랑스 작가의 책은 정말 어렵다. 하물며 문학은 오죽할까. 그런데 이 책에서 보자면 르 끌레지오의 작품은 쉽고 잘 읽히는 편에 속한다는 거다. 그만큼 내겐 난해하고 어려웠다. 전문 분야가 아닌 문학작품이 이처럼 어려울 수도 있구나를 처음 알았다고나 할까. 

중학생 딸에게 한국 현대문학작품을 읽으라고 종종 이야기한다. 그런데 아이는 재미없단다. 하긴 그럴만도 하다. 시대적 배경이 전혀 달라서 당췌 그림이 그려지질 않을 테니 오죽할까. 그나마 나는 부모가 어렵게 살았기 때문에 당시 모습을 어렴풋이 그려볼 수 있지만 태어나면서부터 어느 정도 갖추어진 상태에서 생활한 요즘 아이들은 소설 속에 나오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그저 구질구질하게 왜 이렇게 사냐는 마음만 들겠지. 문득 프랑스 문학 전문가, 아니 적어도 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보기에는 내 하소연이 한국 문학에 대한 딸의 하소연과 같지 않을까 싶다. 그 사람들은 그림이 그려지고 계보가 그려지기 때문에 소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금방 눈에 들어올 텐데 나 같은 사람은 설명을 해줘도 명확하질 않고 그런가보다 하니 말이다. 편역자가 존경스럽다. 역시 난 문학적 감수성과는 거리가 먼가 보다. 

얼마전 모임(위에서 얘기한 모임과는 약간 다른)에서 사람들에게 질문해 보았다. '여러분들은 일반 문학, 그러니까 소설을 읽으시나요?' 대부분 고개를 젓는다. 주변을 둘러봐도 어린이책을 보는 사람들은 일반 문학을 거의 안 본다. 관심은 있어도 어린이책 보기도 바쁜데 시간이 없어서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특히 내 경우) 소설에서 삶의 방향을 조언 받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생각해서가 아닌가 싶다. 사랑 이야기는 덧없고 자기를 찾아가는 이야기는 이미 자각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렇다고 문학을 비평할 것도 아니니 목적이 없는 것이다. 항상 이렇듯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긴 하다. 그러나 어린이책은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기도 하고 내 아이의 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엿보기도 하고 이런 부모는 되지 말아야지를 결심하는 계기가 된다. 그래서 지금까지 어린이책만 보았다는 얘기다. 내가 소설을 안 읽는, 실은 못 읽는 이유를 장황하게 변명하듯 이야기했는데 그 와중에도 그래도 읽으면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한다. 예전에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읽었던 작품들이 삶의 어느 순간에 갑자기 이해가 되고 의미가 확 깨우쳐지는 경험을 가끔 했다. 그렇다면 여기에 나오는 여러 이야기 중 나중에 그런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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