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시험 보리피리 이야기 6
박선미 지음, 장경혜 그림 / 보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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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았을 때 요즘 아이들이 워낙 욕을 많이 하니까 욕을 줄이도록 하기 위해 쓰여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읽고 난 다음엔 꼭 그런 것만을 이야기하고자 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오히려 그 보다는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느라 하고 싶은 말도 못하고 하고 싶은 대로 하지도 못하며 힘들어하는 아이를 위해 쓴 글은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작가가 어린 시절을 드러냄으로써 무의식에 있던 어떤 것을 치료하는 계기가 된 건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만큼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며 '착한' 아이의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진한 경상도 사투리로 되어 있어 그 사투리를 잘 모르는 나 같은 사람은 읽는데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얼마전에 권정생 작가의 <안동 껑껑이>라는 시를 볼 때보다야 훨씬 수월하게 읽었지만(그 시는 마침 안동이 고향이었던 회원이 해석해주다시피했다.) 그래도 여전히 머릿속으로 약간의 해석을 하며 읽어야했다. 그렇다고 불만이 있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이런 식으로 사투리를 쓰는구나 싶어 재미있었다. 

선생님이 아이들이 어떤 욕을 쓰는지 알아보기 위해 욕 시험을 본다는 발상이 재미있고 그것을 매개로 아이들을 이해하는 선생님 마음 씀씀이가 따스하다. 야야는 상당히 내성적인 아이다. 평소에 욕을 하고 싶어도 아버지 체면 때문에 못하고 놀고 싶어도 이웃 아주머니가 칭찬하는 말을 듣고 포기하니 속으로 얼마나 힘들었을까. 아마 야야는 처음엔 머뭇거렸지만 나중엔 욕을 쓰면서 그동안 쌓였던 것을 다 풀어냈을 것이다. 대신 교무실에서 선생님들이 돌려보며 놀리는 바람에 마음고생은 했지만. 

이야기의 배경이 아주 오래전이라 지금의 현실과는 많이 동떨어졌다. 아궁이에 불을 때서 솥에 밥을 하고 냇가에 가서 빨래하는 모습을 지금 아이들은 이해할 수 있으려나. 하지만 시대적 배경이 지금과는 전혀 다르다 해도 거기에 마음이 많이 가지 않았다. 오히려 선생님이 아이를 이해해주고 아이가 그동안 짓눌렸던 마음을 드러내는 장면에 온 마음이 다 갔다. 특히 둘째가 그런 성격이라 야야에게 애정을 갖고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사건이 절정에 다다랐다가 그것이 풀어지는 장면이 정말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이야기를 분석할 줄 잘 모르지만 억지스럽지 않으면서도 이상적으로 해결이 되어 걸리는 부분이 없었다. 그래서 비록 배경이 옛날(아이들은 자신들이 태어나기 전이면 무조건 옛날이라고 생각한다.)이라 요즘 아이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어도 다 읽고 나면 참 괜찮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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