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자기 유령 스텔라 3 - 결혼식 대소동 보자기 유령 스텔라 3
운니 린델 지음, 손화수 옮김, 프레드릭 스카블란 그림 / 을파소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시리즈 첫번째 책을 읽었을 때 판타지인데도 그 안에 철학이 들어 있어 놀라워했던기억이 난다. 출간 2주 만에 해리포터를 제칠 정도로 북유럽에서는 인기가 많았다는 띠지 설명과 내가 책을 읽고 난 후 느낌을 견주어 보았을 때 약간의 괴리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아이들이 읽는 책을 어른인 내가 읽어서 그럴까하는 생각도 들고, 문화적인 차이 때문인가 싶기도 하고, 내 감성이 너무 메말랐나 싶기도 하고, 여하튼 복잡한 심정이었다. 아니면 두 번째 이야기를 건너뛴 채 세 번째를 읽어서 연결이 잘 안되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 아이들은 판타지를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그저 그렇다고 하거나 억지로 읽는데, 판타지를 정말 좋아하는 아이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었을지 궁금하다. 

그러나 내가 어떻게 읽었든 우리 책에서 만나기 힘든 판타지라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아니 한시도 떼어놓을 수 없는(옷이 있으니까) 보자기를 가지고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는 것 자체가 그렇다. 우리는 대개 판타지라 해도 주인공이나 동물이 판타지 세계로 가는 걸 생각하니까. 게다가 그런 보자기가 펼치는 에피소드만 나오는 게 아니라 삶의 방식이나 가치를 이야기한다. 어쩌면 아이들은 거기에 큰 의의를 두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 안에 가치가 들어있다는 것은 그만큼 아이들이 은연중에 그런 걸 깨닫게 하기 때문에 책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문화적 차이를 좁힐 수는 없었다. 헥토르는 왜 한때는 부인이었던 피네우스의 엄마를 잡아가두려는 것인지, 또 피네우스의 엄마인 밀레나는 어떻게 음모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서커스 단장과 헥토르와 무시무시한 음모가 있다는데 설명으로 봐서는 무시무시하다고 할 정도인지 잘 모르겠다. 내가 항상 우리 동화는 지나칠 정도로 친절한 설명을 많이 한다고 불평을 했는데 여기서 그 과정을 생략하니 또 불평을 한다. 문득 작가들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하면 저렇지 않다고 불평하고 저렇게 하면 이렇지 않다고 불평하는 독자들 때문에. 사실 여기서 헥토르 뮈삭과 박쥐 부인의 대화를 보면 둘이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말을 하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그들만이 아니다. 스텔라가 궁전 안에 사는, 예전에 음악가와 무용가였던 유령들과 이야기할 때도 그렇고 피네우스와 그웨니와 대화할 때도 그렇다. 위트가 있다고나 할까. 그래서 이 책을 읽을 때는 비록 동화라도 집중해야 한다. 안 그러면 글자만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나저나 읽으면서 만약 영화라면 어떤 장면일까를 상상하곤 했다. 자동차 파리(영화 <카>)라는 건 상상하지도 못했는데 영화를 보며 그 상상력에 놀랐듯이 보자기들이 날아다니며 벌이는 일을 상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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