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바다 사계절 그림책
서현 지음 / 사계절 / 2009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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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말한다. 슬플 때 실컷 울고 나면 시원하다고. 그리고 대부분 그런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또한 그래서 이 책을 보고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책을 펼치면 속표지에 눈물 방울이 가득하다. 얼굴 같기도 하지만 눈물 바다라는 제목을 보고 눈물 방울이라고 하고 싶다. 모두 울상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 중 눈에 띄는 게 하나 있다. 노란 색에 머리카락이 몇 개 삐죽 올라와 있어 마치 밤톨 같다. 아, 얘가 주인공이구나. 

처음엔 웃지만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면서부터 웃는 얼굴은 볼 수가 없다. 시험을 봤는데 아는 게 하나도 없고 점심은 맛도 없다. 배추머리 선생님은 인상만 봐도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다. 시험을 어렵게 냈으니 더 그랬겠지. 그런데 주인공 옆에 있는 호박 모양의 아이는 시험 시간에 풀라는 문제는 안 풀고 옆자리를 힐끔거리며 낙서를 한다. 하트모양을 그리면서. 그런데 조금 뒤에 보면 걔 때문에 우리의 주인공이 낭패를 본다. 시험지에 하트를 그릴 정도면서 진짜 좋아하는 짝꿍 공책에는 바보라고 했으니 화가 날 수밖에. 아마도 그래서 싸웠겠지. 그런데 선생님은 다짜고짜 주인공만 혼낸다. 그러니 억울할 수밖에. 또 그러니 눈물이 날 수밖에. 

그리고 집에 가려는데 하필이면 비가 온다. 하지만 박스를 뒤집어 쓰고 간신히 집에 왔는데 엄마와 아빠는 싸운다. 글에서는 엄마와 아빠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공룡이라고 한다. 게다가 저녁밥 남겼다고 여자 공룡에게 혼났다니 하루 종일 안 좋은 일만 생겼다. 그리고 자려는데 눈물이 나서 울다 보니 정말 눈물 바다가 됐다. 하긴 온 종일 기쁜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눈물이 쏟아질 만도 하다.  

그러나 주인공은 눈물 바다에서 신나게 논다. 노는 동안 나오는 그림을 그냥 휘리릭 넘기면 '절대' 안 된다. 거기에는 그동안 나왔던 모든 등장 인물이 나오고 심지어는 많은 동화책 주인공도 나온다. 작가가 만화를 좋아해서 만화적 상상이 담긴 표현을 시도한다고 하더니 바로 이런 걸 이야기하는 모양이다. 또한 유머러스한 그림책을 만들고 싶다던데 정말 그렇다. 바다에서 신나게 놀다 둘러보니 많은 사람들은 즐기지 않고 곤경에 처한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모두 낑낑대며 꺼내다 널어 놓는다. 점수가 엉망인 시험지도 있고 문제를 어렵게 낸 선생님도 있고 아빠와 엄마도 있다. 이 부분은 마치 <도깨비를 빨아버린 우리 엄마>라는 책이 연상된다. 그리고는 드라이어로 하나씩 하나씩 말리고 있는 모습이라니. 모두에게 미안하지만 정말 시원하다고 활짝 웃는 주인공을 보니 나도 후련하다. 그리고 이젠 뒷부분 속표지에서는 눈물 방울들이 웃는 표정이다. 이런저런 의미를 두지 않더라도 유머러스한 그림과 이야기 속에 들어있는 다른 등장인물들을 찾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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