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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별 토끼 찬찬이 ㅣ 너른세상 그림책
에몬 유코 글, 야마나카 쇼시로 그림, 이영미 옮김 / 파란자전거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만나는 그림책이라 반가워서 아이에게 읽어줄까 하다가 일단 먼저 보기로 했다. 책장을 넘기는 순간 안 읽어주길 잘 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글밥이 장난 아니다. 처음이라 그럴거라 생각하며 다음 장을 넘기고 또 다음 장을 넘겼지만 역시 글이 많다. 게다가 보통의 그림책과는 달리 서술이 많다. 원래 그림책의 묘미는 짤막한 글 안에 많은 의미가 들어 있어 그것을 느끼는 것인데 이건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글에서 다 설명을 해주니까.
모르긴 해도 작가가 그림책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뒷부분에 작가의 이력에 대해, 그리고 이 책이 나오게 된 배경을 읽고 나서 내 생각이 그다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글쎄, 작가가 어려운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쓴 책이며 분명 희망을 이야기하고 함께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이야기하지만 작품성 면에서는 솔직히 후한 점수를 줄 수가 없다.
특히 극적 긴장감을 주기 위해 설정한 사자의 등장. 토끼들이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산에 갔다가 사자를 만났단다. 그런데 아무리 어린이 책이라도 개연성은 필요하지 않을까. 사자는 주로 아프리카와 인도 등 열대 지방에서 사는데(물론 다른 기후대의 동물원에 사자가 있긴 하다. 하지만 이 책의 배경은 야생이다.) 겨울이 오려고 하는 지역의 숲에서 사자가 나왔다니 이건 좀 심하다. 뭐, 내가 좀 지나치게 따진 것 같아 힘들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작가에게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림을 본 순간 예쁘다는 말이 튀어나왔다. 파스텔로 그려서 포근하면서도 서정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귀에 별이 반짝이는 토끼가 바로 우리의 주인공 찬찬이다. 태어날 때부터 뒷다리를 못 쓰지만 형제들 덕분에 외롭지 않다. 누군가 사랑하고 사랑받을 사람이 있다는 것은 살아가는데 가장 큰 힘이 아닐까 싶다.
이 해돋이를 보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힘겹게 걸어왔다. 이 숲에서는 해돋이를 보며 금빛으로 물든 토끼는 어른이란다. 일종의 성인식을 치른 셈이다. 이제부터는 엄마 아빠와 떨어져 살아야 한다는 얘기다. 찬찬이의 입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는 말을 할 때 처음엔 그냥 별 생각없이 읽었는데 나중에 이 책이 나오게 된 배경을 읽으며 그 말이 어떤 이들에게는 얼마나 절실한 것인지 깨달았다. 이런 생각을 할 때는 굳이 작품성이 어떻고 개연성이 어떻고를 따져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은 저자가 암에 걸려 투병생활을 하던 중 만난 어린이병동의 마유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만들었단다. 비록 글 작가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희망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