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공주 처음어린이 7
김경옥 지음, 한수진 그림 / 처음주니어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을 보니 딸이 생각났다. 그러면서 동시에 거울 공주에 하나를 덧붙여야 할 것만 같다. 바로 빗 공주. 딸에게 어디를 가나 꼭 있어야 할 것 중 하나가 바로 빗이다. 오히려 거울보다 빗이 먼저다. 마트에 돌아다니면서도 틈만 나면 빗을 꺼내 빗는다. 내 상식으로선 도저히 이해가 안 가지만 어쩌랴. 어차피 내가 뭐라 한다고 해도 들을 것도 아닌데. 거울이야 웬만한 곳에 다 있고 정 없으면 차유리에 비춰볼 수라도 있으니까(딸에게 그러다 차 안에 사람이 있으면 어떡하냐니까 괜찮단다). 그런 현실을 알기에 이 책의 저자가 요즘 아이들의 현실을 잘 알고 있구나 싶었다. 

주인공 이름이 수선화다. 그러나 이름은 대개 두 글자라서 선화라고 부른단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면 주인공 이름이 왜 수선화인지 알 수 있다. 물론 여기서는 선화 아빠가 수선화를 좋아해서 그렇게 지었다지만 그건 이야기 속 아빠의 말이고, 실은 자기 사랑에(만) 빠진 나르시스처럼 거울만 보며 외모에 신경쓰는 선화를 지적하고 싶은 작가의 뜻이 반영된 것일 게다.  

이유야 어찌됐든 선화는 걸핏하면 거울을 들여다본다. 눈은 맘에 드는데 코가 마음에 안 든다나. 그래도 다행이다. 눈이 예쁘면 반 이상은 접고 들어가니까. 그런데 선화 친구 미미는 얼굴도 예쁘고 옷도 잘 입고 거기다가 공부도 잘한다. 하지만 무척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다. 왜 동화에서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모두 동일한 패턴을 갖는지 모르겠다. 꼭 예쁘고 공부 잘한다고 해서 마음까지 나쁘진 않을 텐데. 사족이지만 그걸 깨는 이야기도 만나고 싶다. 

여하튼 선화는 미미가 선망의 대상이다. 그런 아이와 친하게 지냄으로써 자신도 묻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이야기가 그렇듯 진실이 결여된 우정은 언젠가 깨지게 되어 있다. 선화도 겉모습만이 아니라 속마음도 중요하다는 걸 다른 친구 다영이와 엄마 아빠를 통해 깨닫는다. 물론 그래도 여전히 외모에 신경은 쓰겠지만 적어도 외모에'만' 신경쓰진 않겠지. 그 과정에서 엄마의 자아찾기도 한 부분을 차지한다. 선화가 엄마에게 하는 말이 어쩜 우리 딸이 내게 하는 소리랑 똑같은지. 

발랄하고 구김살 없는 아이들의 이야기(비록 미미가 깍쟁이로 나오지만 남에게 상처를 줄 정도로 못되게 굴진 않았다.)가 생기있게 펼쳐지는 책이다. 딱히 감동적이라거나 무지무지 좋은 책이라는 생각은 안 들지만 현실의 아이들을 잘 그려냈다. 그나저나 선화처럼 엄마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아이는 비록 길을 잘못 들 수는 있어도 금방 제 길로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춘기 아이들을 보며 어렸을 때 양육방식이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절감하고 있기에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다른 곳에 더 눈길이 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