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왜 하지 말라는 거야? - '금지'와 '허용' 사이 ㅣ 청소년을 위한 세상읽기 프로젝트 Why Not? 1
마르크 캉탱 지음, 브뤼노 살라몬 그림, 신성림 옮김 / 개마고원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일전에 딸이 학교 끝나고 전화해서는 학교에 남아서 할 일이 있으니 학원을 못 갈 것 같단다. 네가 알아서 결정하라고 했더니 친구들이 그걸 보고 굉장히 부러워했다고 한다. 대부분을 아이가 결정하도록 하는 것을 보고 친구들은 엄마가 간섭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반면 딸은 엄마가 신경쓰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하튼 난 되도록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금지'보다는 '허용'을 해주자는 쪽이다. 물론 그래도 내가 정한 틀과 딸이 원하는 틀의 격차가 커서 언쟁을 하곤 한다.
청소년들이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어서다. 옷도 마음대로 입고 머리모양도 마음대로 하고 늦게까지 친구들과 놀고 싶어서. 사실 어른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데도 그들이 보기엔 뭐든지 마음대로 하는 것처럼 보이나 보다. 그런데 한창 청소년기에는 부모가 그런 '사실'에 대해 설명을 하면 무조건 훈계나 잔소리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처음엔 좋은 분위기로 시작했다가 결국 싸늘한 분위기로 끝나는 게 다반사다.
그럴 때는 직접 경험하게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불행히도 모든 일을 경험해 볼 수는 없다. 대신 책을 통해 간접경험을 해보게 하는 방법이 있다. 금지와 허용의 범위와 왜 금지를 할 수밖에 없는지, 대안은 무엇이 있는지를 알려주는 이런 책을 읽다 보면 마음속에 있던 불만이 조금은 해소되지 않을까 싶다. 사실 청소년들이 자신의 행동이 올바른지 그렇지 않은지를 알면서도 호기심이나 공명심 때문에 엇나가는 경우도 많다. 청소년들과 직접 이야기해 보면 밖에서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삐딱하지 않다. 아주 일부는 그럴지 모르지만 대부분은 평범한 보통의 아이들인 것이다.
부모가 앉혀 놓고 일일이 설명할 필요없이 이 책을 보이는 곳에 슬쩍 놓아두자. 그러면 제목에 혹해서 일단 집어들 것이다. 제목이 딱 자기들 마음이니까. 글투도 가볍고 지식을 전달하거나 훈계하려는 모습도 보이지 않아 쉽게 읽을 것이다. 그러나 뭐든지 정리를 해야 직성이 풀리도록 교육 받은 기성 세대들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해주고 어떻게 해야한다고 결론내려줘야 뭔가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그들(기성세대)에겐 정리가 안되는 책일지 모르지만,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들에게는 오히려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