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 2만리 아셰트클래식 1
쥘 베른 지음, 쥘베르 모렐 그림, 김석희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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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오자마자 딸을 붙잡고 나 혼자 신나서 이야기했다. 이게 얼마나 재미있는 책인줄 아느냐, 이 사람이 공상 세계를 얼마나 잘 그리는 줄 아느냐, 영화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를 지은 원저자다라며 그야말로 혼자 신났었다. 내가 청소년 시절에 읽었던 때의 감동이 밀려왔다. 어느 곳이든 거침없이 항해를 하던 노틸러스호와 냉철하고 지적인 은둔자 네모 함장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그 외의 것은, 글쎄.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엄청 재미있게 읽었다는 '기억'밖에는. 

예전에 읽었던 책을 왜 다시 읽느냐, 그것도 어른이 되어서라고 묻는다면 몇 가지 대답이 준비되어 있다. 우선 완역이라는 말에 솔깃했다. 예전에 보았던 책은 그다지 두껍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즉 많이 축약되었다는 얘기다. 되도록이면 완역을 보아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터라 주저없이 선택했다.(그런데 꼭 완역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약간 들기도 한다. 사실 이 책을 읽고 나서 딸에게 강력히 권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나도 잘 모르고 흥미가 없는 물고기 종류가 어찌나 나오는지.) 

그리고 또 하나는 예전에 읽었던 것이라도 다시 읽으면 느낌도 다르고 기억에 남는 것도 다를 것이니 청소년기에 읽는 책과 어른이 되어 읽는 책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했다. 또, 어린이 청소년 책을 읽어야하는 '일' 때문이기도 하다. 확실히 그때와 지금의 느낌은 많이 다르다. 당연하지만. 읽으면서 과연 이런 부분이 있었던가 싶은 장면이 있는가 하면 제목을 대면 바로 연상되는 장면도 있다. 또한 읽다 보니 생각나는 장면도 있다. 기억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기억의 특성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와 관련되었거나 관심 있는 것, 동경하는 것은 더 잘 기억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그냥 흘려버리는 기억의 특성 말이다. 아마 한참이 지나면 바닷속에서 만난 동물과 식물에 대한 것은 여전히 내 기억속에서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나와는 별로 상관없는 것이고 관심도 흥미도 없는 분야니까. 

그러나 네모의 태도와 지적인 모습, 노틸러스호의 대단한 성능, 그리고 아로낙스 박사는 여전히 기억날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추가된 부분이 있다. 콩세유의 모습이다. 동물을 완벽하게 분류할 줄 알지만 오로지 이론적인 것 뿐이고 실물은 전혀 구분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는 실소를 짓게 한다. 그러면서 우리의 교육현실이 오버랩되기도 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지만 어찌나 자세하고 정교하게 묘사와 서술을 하는지 읽으면서도 과학정보책을 읽는 것으로 착각하곤 했다. 물론 예전에는 안 그랬던 것 같다. 그만큼 그 때는 과학이나 주변 상식에 관심도 없을 뿐더러 무지했기 때문일 것이다. 쥘 베른은 인기있는 작가였으나 동료들에게 인정받는 작가는 아니었다고 한다. 마치 베스트셀러인 책이 작품성이 뛰어난 책은 아니듯이. 그러나 쥘 베른이 당시엔 인정을 못 받았다 해도 그의 책이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읽히는 것을 보면 좀 헷갈리기도 한다. 

완역이라는 말에 선뜻 집어들었지만 사실 쉽지 않은 책읽기였다. 특히 내가 관심없는 물고기를 자세하게 설명할 때는 그냥 글자만 읽었다는 편이 맞을 것이다. 나도 이런데 나보다 더 관심없고 상식이 부족한 딸이 과연 이것을 참고 읽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읽고 나면 확실히 여운이 남는 책인데. 여하튼 완역을 읽어서 뿌듯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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